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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전형적 짜깁기형 인터넷 정보 재가공에 탁월”

입력 | 2009-01-12 02:58:00


검찰 “리먼 파산 전망도 외신기사 베낀 수준”

박씨, 짜깁기 지적하자 “내가 직접썼다” 반박

10일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구속된 ‘미네르바’ 박모 씨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이를 짜깁기해 글을 써온 전형적인 ‘인터넷 의존형’ 기고가였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박 씨의 글이 생소한 경제용어를 곳곳에 섞어놓은 탓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췄거나, 남들이 모르는 대단한 정보를 갖고 쓴 글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인터넷에 떠다니는 공개정보와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을 재가공했을 뿐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박 씨는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범죄자는 아니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검찰에 체포될 당시에는 직업이 없었지만 전문대를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는 등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업이 없는 동안에는 매일 상당 시간을 인터넷 서핑이나 채팅을 하며 지내는 등 생활의 대부분을 인터넷에 할애했다고 한다. 책을 통해 경제학을 독학하기는 했지만,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했을 때에 경제학 관련 서적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일반인들이 잘 찾지 않는 경제 관련 사이트나 블로그를 수시로 드나들며 인용할 만한 문구를 찾은 뒤, 이를 짜깁기하고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띄웠다.

박 씨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대표적 케이스로 꼽히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전망도 실상은 외신의 경제뉴스 등을 베껴놓은 수준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박 씨는 ‘미네르바’ 필명으로 올린 글에서 수차례에 걸쳐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으며, 금융기관 관계자 사이에 통용되는 은어나 전문용어도 간간이 사용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그 같은 전문용어나 정보도 모두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으고 글을 쓰는 일에 취미 이상의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 박 씨의 변론을 맡고 있는 박찬종 전 의원은 “박 씨는 국내외 경제상황이 자신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자 ‘미네르바’ 활동에 큰 재미를 느끼고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에게는 인터넷에서 모은 정보와 남의 글을 짜깁기하는 일이 표절이라는 의식이 없었다. 박 씨는 10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짜깁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내가 직접 썼다. 소신대로 썼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내성적 성격 탓에 자신이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나 지식에 대해 다른 사람과 토론을 벌이는 등 의견을 나눈 흔적은 전혀 없었다. 자신이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회원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10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실시간으로 1대1 소통이 되는 인터넷 매체의 특성상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썼는데,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의 그늘 속에 숨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간과 자신의 글에 무한책임이 따르는 오프라인 간의 괴리를 뒤늦게 실감했다는 뜻이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동아닷컴 박태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