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 “타당 비례대표 찍어주는 선거협력 중단”
공명서도 “우리가 주는 표 훨씬 많다” 불쾌감
지난 10년 가까이 일본 집권여당을 유지해온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이 최근의 혼란 정국 아래서 흔들리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흔들리는 양당관계는 15일 밤 고가 마코토(古賀誠)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의 발언에서 드러났다. 그는 선거대책위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지금까지 양당 밀월의 상징이던 공명당과의 선거협력을 수정할 생각임을 드러냈다.
그는 16일 당 임원회의에서도 “비례대표 선거에서 다른 당에 대한 투표를 요청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해 자민당 후보가 소선거구에서 공명당의 지원을 받는 대신 ‘비례대표는 공명당을 찍어 달라’고 요청해온 지금까지의 선거협력 방식을 바꿀 것임을 시사했다.
자민 공명 양당은 이미 정책면에서도 갈등을 빚고 있어 이를 계기로 양당 간 틈새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 언론은 지적한다.
공명당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 말기부터 연립 해소를 무기로 조속한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요구해 후쿠다 총리의 전격사임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월 말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발표한 ‘국민 1인당 1만2000엔’의 정액급부금 지급 계획도 공명당의 아이디어였다. 이에 대한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자민당 내에서는 “그만두자”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에 대해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공명당 대표는 16일 “양당 간에는 신뢰관계가 있다. 선거협력은 그대로 진행된다”며 애써 평온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공명당 내에서는 반발세력이 적지 않다. 한 공명당 간부는 “우리가 주는 표가 훨씬 많다”며 “고가 위원장 자신의 선거도 위험해질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공명당을 지지하는 창가학회도 “이런 발언은 공명당 지지자들의 자민당 지원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명당은 종교단체인 창가학회를 모태로 한 생활정당으로,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강하다. 1999년 자민당-자유당-공명당의 연립에 이어 2000년부터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을 유지해왔다. 현재 중의원에서 자민당은 304석, 공명당은 31석을 차지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