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유국도 신용경색 비상… 쿠웨이트, 은행에 구제금융
글로벌 금융위기의 ‘무풍지대’로 평가받아온 중동 산유국들도 최근 신용경색 징후가 나타나면서 비상이 걸렸다.
26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쿠웨이트 중앙은행은 이날 국내 대형 은행 중 하나인 걸프은행이 파생상품 손실로 위기에 놓이자 구제금융을 단행키로 전격 결정했다. 쿠웨이트 정부는 걸프은행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키는 한편 상업 은행들의 예금도 지급 보증키로 했다. 이 같은 은행 구제 조치는 중동권에선 최초다.
그동안 오일 머니로 충분한 자본을 축적해온 걸프 연안 산유국들은 전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중동 등 신흥시장 투자에 나섰던 투기성 해외 투자자본들이 최근 서둘러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이 지역 기업, 은행 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
아직 본격적인 가격 폭락세까지는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날 저소득층에 대한 무이자 대출 지원을 위해 정부 소유의 사우디크레디트뱅크에 100억 리얄(약 27억7000만 달러)을 예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21일 사우디 중앙은행격인 사우디통화청(SAMA)이 은행 간 자금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20억∼30억 달러를 공급한 데 뒤이은 고강도 대책이다.
아랍에미리트 재무부도 21일 자국 은행의 유동성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250억 디르함(약 68억 달러)을 투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막대한 오일 머니를 풀어 단기적으로는 금융위기 충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장기적으론 대형 건설프로젝트 사업 침체, 외국인 투자가의 자본 이탈 등의 여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