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감사때 감사원 사무총장 김조원씨
2005년 靑비서관으로 이호철씨와 함께 근무
정창영 산업환경감사국장 직불금 감사 총괄
■ 당시 靑-감사원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가 감사원에 쌀 직불금 감사 요청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쌀 직불금 감사와 관련해 등장하는 당시 청와대와 감사원 핵심 인사들의 면면과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주목되는 인물은 감사 착수 당시부터 보고를 받는 데 빠지지 않은 이호철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다. 그는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릴 정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깝다. 농림부가 2006년 말 쌀 직불금 제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던 청와대 사람도 이 전 실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20일 대책회의를 앞두고 노 전 대통령에게 “큰일났다”고 직보한 인물 역시 이 전 실장이었다.
쌀 직불금 감사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은 김조원 현 진주산업대 총장이었다. 그는 감사원 사무총장을 맡기 직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2005년 2월∼2006년 12월)으로 근무했다. 감사원 국장에서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은 전임 오정희 국장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런 인연 때문에 김 전 사무총장은 이 전 실장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장과 이 전 실장은 각각 경남 진양과 부산 출신이다. 청와대 업무상 국정상황실과 공직기강비서관이 근무하는 민정수석비서관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김 전 사무총장은 노무현 정부 초기 감사원에서 국가전략사업평가단장을 맡은 적도 있어 대형 국책과제와 사업에 대한 안목도 갖고 있다. 국가전략사업평가단은 정부의 주요 전략·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규모 국책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감사와 모니터링을 담당하던 부서였다.
당시 평가단은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경제 중심 추진 사업’과 ‘신행정수도 건설 등 국가균형발전사업’ 등에 대한 감사업무를 맡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에서는 감사원장에 이어 ‘넘버2’로 불린다. 쌀 직불금 감사에 대한 실무 책임도 사실상 그의 소관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2006년 12월 사무총장에 임명돼 화려하게 ‘친정’으로 복귀했다가 새 정부가 들어 선 올해 초 물러났다.
대통령 보고에 앞서 이 전 실장에게 따로 보고한 하복동 당시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사무총장 바로 아래 직급이다. 하 전 사무차장은 노무현 정부 때 사무총장에 거론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4년 임기의 감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창영 당시 산업환경감사국장(현 결산감사본부장)은 쌀 직불금 감사를 총괄했다. 이 때문에 이 전 실장에게 감사 결과를 보고할 때 하 전 사무차장과 같이 청와대로 갔다.
감사위원회의의 주심을 맡은 박종구 감사위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감사원 기획관리실장을 지내다가 감사원 출신 몫으로 감사위원으로 발탁됐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감사원장으로 발탁한 케이스다. 김대중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고 대통령비서실장을 거쳤다.
이처럼 청와대와 감사원의 핵심인사들의 관계로 미뤄볼 때 쌀 직불금 감사와 그 결과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평소 인연이 적지 않게 영향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이 민감한 현안을 독립적으로 처리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