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너스의 유혹/엘리자베스 하이켄 지음·권복규 외 옮김/488쪽·2만 원·문학과지성사
미국에서 현대적 성형수술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의미가 어떻게 변해갔는지 추적한 책이다.
미국의 의사(醫史)학자인 저자는 성형수술의 역사를 미국의 소비문화, 미(美)의 기준, 인종과 성(性) 문제, 의사라는 전문직 집단과 사회의 관계 등 풍성한 사례와 함께 다뤘다.
20세기 초만 해도 미국인들은 성형수술은 ‘돌팔이와 사기꾼의 영역’으로 여겼다. 저자는 “겉모습에도 영적 도덕적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부상으로 인한 외모 장애를 치료하는 외과술이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의사들은 성형수술의 의미를 ‘재건’에 뒀지 ‘미용’에 두지는 않았다.
점차 상황이 달라졌다. 1921년 최초의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가 열렸다. 1930년대 할리우드라는 새로운 세계는 새로운 시대를 알렸다. 완벽한 외모를 갖추기 위해, 더 나은 연예계 생활을 위해 할리우드 배우들은 성형수술을 마다하지 않게 됐다. 외모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자기계발로 받아들여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형수술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심리학도 활용됐다. 추하면 불행해진다는 열등 콤플렉스를 퍼뜨린 것이다. 당시 통계들은 잘생긴 사람이 돈을 더 잘 번다는 통설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완벽한 외모의 기준은 뭘까. 미국에서 미의 기준은 백인 앵글로색슨족의 표준과 일맥상통했다. 미국에서 성형수술은 인종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마이클 잭슨의 사례를 든다. 1980년대 후반 공개된 그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투명한 피부, 정교하게 조각된 턱선, 높은 광대뼈, 작고 뾰족한 코끝, 갈라진 턱 등 이제까지 알려진 어떤 인종에도 속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 그 자체는 말릴 게 안 됐지만 흑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됐다. 지금도 백인이 아닌 수많은 미국인이 백인처럼 되려고 성형수술을 받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