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의혹 수사 움직임에 자살한 듯
‘여보 미안해, 힘들어서 먼저 갑니다’ 유서 남겨
검찰 “소환 통보는 물론 접촉도 없었는데” 당혹
한국중부발전 사장 재직 시절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이 불거지며 이달 초 자리에서 물러난 김영철(61)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김 전 차장이 서울 강남구 일원동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오전 8시경 딸(31)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외부 침입의 흔적 등이 없고 안방 서랍장 위에서 A4용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됨에 따라 김 전 차장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에는 ‘여보 사랑해. 미안해. 힘들어서 먼저 갑니다’라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검찰의 수사 움직임에 김 전 차장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차장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말. 그가 2002∼2005년 한국중부발전 사장을 맡았을 때 공사 수주를 바라던 열병합발전설비 전문업체 케너텍㈜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변에 결백을 주장해 온 김 전 차장은 “조직과 국가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2일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은 김 전 차장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했을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김 전 차장에게 소환 통보는 물론 접촉을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고도 당혹스럽다. 현재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12회(1972년) 수석으로 공직에 입문한 김 전 차장은 농수산부 행정사무관을 시작으로 상공부 유통경제국 상무과장, 상공부 장관 비서관, 대통령비서실장 비서관, 특허청 차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을 지냈다.
올해 3월 사무차장에 임명된 이후에는 한승수 국무총리를 그림자처럼 보좌하며 총리실의 정무와 총무 업무를 총괄해 왔다.
한 총리는 이날 ‘과장급 공무원과의 대화’ 행사 참석차 대전을 방문했다가 김 전 차장의 자살 소식을 보고받고 “왜 스스로 목숨을 끊나. 조금만 더 참지”라며 비통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의 한 간부는 “마음이 여린 분이 자살을 택한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부검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