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은 19일 도시 근교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에 향후 10년간 주택 40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린벨트의 일부를 해제해 택지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해당 토지 소유주들의 숙원이며 이해관계가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자연히 언론매체마다 이 뉴스를 대서특필했다.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 기준이다. 국토부는 ‘그린벨트 중에서 환경적으로 보전 가치가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훼손돼 있을수록 그린벨트 지정을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보전 의무를 게을리 하고 의도적으로 훼손한 땅주인일수록 정부가 책임을 묻는 대신 그린벨트 해제라는 당근을 주겠다는 말로 들린다. 지금 상황이라면 비닐하우스와 불법 창고를 지으려는 경쟁이라도 벌어지지 않겠는가.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기존 그린벨트 내 땅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훼손하면 이익을 본다’는 식의 잘못된 신호, 잘못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수서2지구 등 실제 사례를 봐도 그린벨트 해제 기대가 있는 곳에는 하루가 다르게 비닐하우스가 지어졌다.
정부로서는 훼손된 그린벨트를 풀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사정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그린벨트를 지정하면서 무리하게 지정됐거나, 도시 팽창으로 토지 개발이 반드시 필요한 지역’ 등 일반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다.
또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한다’는 식의 안전장치를 구체적으로 밝혀 투기세력이 시장을 흔드는 상황에도 대비했어야 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권 차관은 “개발제한구역 안에서 불법행위를 하면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린벨트 훼손에 대한) 처벌 문제와 보전 가치가 낮은 지역을 개발하는 것은 별개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토지 소유주들이 정부의 과징금을 두려워할지 의문이다.
9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택을 짓겠다”고 한 바로 다음 날 국토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해 이미 신뢰에 흠집이 난 상태다.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도 예견된다.
이런 마당에 국토부 스스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발언이 계속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다.
홍수용 경제부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