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배가 훨씬 단데 가격은 오르지 않으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전남 나주시 왕곡면에서 배를 재배하는 권순철(49) 씨는 추석을 앞두고 시름에 젖어 있다.
연중 출하량이 가장 많은 대목이지만 배 값이 지난해 추석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 나주배는 보기 드문 풍작을 이뤘다. 올 수확량은 7만5000여 t으로 예년보다 10% 정도 늘었다. 개화기 때 냉해가 거의 없었고 일조량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당도가 12브릭스 이상으로 달고 육질이 부드러워 농민들은 추석 특수를 기대했다.
하지만 공판장 경락 가격은 이달 초 4만 원 선(15kg)을 유지하다가 5일을 고비로 내림세로 돌아서 3, 4일 만에 급락했다.
10일 경락 가격은 15kg 특품(16∼20개) 1상자가 지난해 평균가격인 3만5000원보다 1만 원이 떨어진 2만5000원 선에 낙찰됐다.
8일에는 2만 원 이하로 폭락했으며 9일에는 구매자가 없어 한때 경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배 값 하락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와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물량을 대기 위해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주배농협 관계자는 “조기 출하로 맛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도 값 폭락을 부채질했다”며 “명절 뒤 소비가 되살아나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시는 배 농가를 돕기 위해 대대적인 소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는 12일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서 ‘농민장터’를 열고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서 공공기관과 대단위 아파트를 돌며 직판 행사를 벌이는 한편 시 직영 ‘농특산전시판매장’도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나주시 판촉홍보계 주경천 씨는 “판매 실적이 높은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자매결연 자치단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배 소비 촉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도 전체 공무원들에게 추석 선물용으로 배를 이용해 주도록 요청하고 추석 이후 자체 특판 행사를 갖기로 했다.
나주지역은 2800여 농가가 2900여 ha에서 배를 재배해 전국 재배면적의 18%를 차지하고 연간 시장 규모는 1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