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엄마 울지마, 내가 있잖아”…오늘도 웃는 ‘12살 애어른’

입력 | 2008-09-11 21:20:00


"힘들어도 형이랑 동생이 있어 외롭지 않아요."

울산 남구 달동에 살고 있는 이명제(12·가명) 군의 별명은 '애어른'. 작은 체구에 앳된 외모지만 또래 친구들보다 '어른스럽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정신지체 1급 판정을 받은 형 명수(13·가명)는 정신연령 수준이 생후 6개월 수준이고, 동생 명훈(6·가명)까지 얼마 전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 최모(39) 씨는 명제가 어릴 때 남편과 헤어져 혼자 삼형제를 돌보고 있다.

최 씨는 명수와 명훈이를 하루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돌봐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명제 가족은 그래서 매월 60만 원 조금 넘는 정부보조금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명제는 이러한 최 씨에게 하루하루 힘을 주는 유일한 버팀목이다.

선한 눈매에 웃음이 많은 명제는 연예인을 좋아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지만 어머니가 없을 때는 형과 동생을 돌보는 '소년 가장' 이다.

5년 전 막내 명훈이가 갑자기 아파 최 씨가 아이를 업고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최 씨는 "당시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명수 걱정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부랴부랴 병원에서 돌아 온 최 씨는 침대에 누워 있는 명수와 옆에 앉아 눈을 붙이고 있는 명제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형이 아프다고 하자 명제가 옆에서 돌봐주다 둘 다 지쳐 깜박 잠이 들었던 것. 명제는 화장실에서 명수 대변을 받아 주고 목욕까지 시켜줬다고 한다.

최 씨는 "싫은 소리 한번 안하며 형과 동생을 돌봐주고 양보하는 명제를 생각하면 늘 고맙고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추석이 다가오지만 명제 가족에겐 특별한 계획이 없다. 몸이 불편한 두 아들을 데리고 어디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

최 씨는 "명제는 지금껏 뭐 사달라거나 해달라고 보챈 적조차 없다"며 "이번 추석에는 명제만이라도 바람을 쐬게 해주고 싶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명제 가족을 돕고 있는 기아대책의 최민지 아동복지사업 팀장은 "먹을 것 하나도 서로 양보하는 가족애 넘치는 명재 가족이 더 풍성한 추석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