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론 호평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워싱턴에 간다”
3일 오후 9시 반(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 엑셀에너지센터.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등극을 노리는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소개되자 장내를 가득 메운 2만여 명의 공화당원은 떠나갈 듯한 함성과 기립박수로 그를 맞았다.
고교생 딸의 임신 사실 공개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페일린 부통령 후보는 40분 동안의 연설에서 부드러운 미소 대신 비장한 얼굴로 자신에 대한 공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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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 후보, 은근하지만 아프게=페일린 후보는 오바마 후보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의 상대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오바마 후보를 꼬집었다.
그는 “우리 상대자가 나의 시장 경력과 주지사 경력을 평가절하하는 것 같다”며 “아마 소도시 시장은 실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제외하면 ‘지역사회 조직운동가’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의 과거 경력이 빈민들을 위해 활동했던 게 전부임을 지적한 것.
페일린 후보는 “어떤 사람은 ‘변화’라는 구호를 이용해 자신의 경력 쌓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존 매케인 후보는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왔다”고 비교했다.
그는 “이 사람(오바마 후보)의 연설을 듣다 보면 두 권의 회고록을 쓴 이 사람이 단 한 건의 주요 법률이나 개혁 관련 법안도 제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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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등장한 매케인 후보=페일린 후보의 연설이 끝난 뒤 매케인 후보가 예정에 없이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케인 후보는 페일린 후보가 가족 및 ‘예비 사위’와 함께 참석자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사이 연단 뒤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반겼고 매케인 후보는 페일린 후보의 가족과 일일이 포옹하거나 어깨를 두드리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참석자들의 환호 속에 마이크를 잡은 매케인 후보는 “생큐”를 몇 차례 외친 뒤 “우리가 차기 미국 부통령을 제대로 고른 것 같다. 얼마나 멋진 가족이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매케인 후보의 간이 연설을 요구하며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매케인 후보는 4일의 후보 수락 연설을 기다려 달라는 듯 엄지손가락을 곧게 들어 인사한 뒤 무대 뒤로 사라졌다.
▽‘오바마 때리기’로 하나 된 공화당=이날 연단에 오른 공화당 경선 출마자들은 본격적으로 오바마 후보를 공격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오바마 후보는 단 하나의 도시도, 단 하나의 주도, 더구나 어떤 군부대도 지휘해 본 적이 없다”며 “오바마 후보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의 행정 경험을 다 합쳐도 페일린 후보에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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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