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뒤에 아소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오른쪽)가 지난달 1일 아소 다로 의원을 자민당 간사장에 기용한 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당시 지지율이 20% 선에 머물던 후쿠다 총리는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취임 9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당직 및 내각 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1일 전격 사임 의사를 밝혔다. 후임 총리에는 아소 간사장이 유력시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재의 의석 분포상 신임 자민당 총재는 사실상 자동적으로 후쿠다 총리의 후임 총리가 된다.
○ 후임 총리후보 1순위 아소 다로
후쿠다 총리가 지난달 1일 사실상 정적이나 다름없는 아소 간사장을 기용할 때부터 일본 정계에서는 두 사람이 선위(禪位)를 밀약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을 정도다.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절대적인 지지를 업고 있다는 점도 아소 간사장의 중대한 자산 중 하나다.
공명당은 일찌감치 후쿠다 총리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소 간사장을 차기 총리감으로 밀어왔다.
현 시점에서는 일반 국민의 여론도 아소 간사장에게 유리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지난달 29∼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후임 총리로 적합한 인물을 꼽으라는 질문에 아소 간사장은 26%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에 비해 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 한국 중국 등 대(對)아시아 외교는?
아소 간사장이 후임 일본 총리가 될 경우 독도 문제로 싸늘해진 한일관계가 어떻게 바뀔지는 속단할 수 없다.
일단 개인적인 성향이나 그동안의 망언을 보면 우려스러운 측면이 강하다. 우선 아소 간사장은 한국과는 가해자로서의 오랜 ‘악연’이 있다.
아소 간사장은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한 것”이라고 망언을 한 적이 있고, 그의 부친이 일제의 한반도 강점기에 1만여 명의 조선인 징용자를 강제 노역시킨 아소탄광을 경영했다.
후쿠다 총리가 아시아를 중시하는 ‘비둘기파’인 데 비해 아소 간사장은 ‘매파’의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개인으로서의 아소’와 ‘총리로서의 아소’가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소 간사장은 외상으로 재직하면서 한국 미국 호주 등 민주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나라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한 고이즈미 전 총리처럼 한국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없다는 것이 그를 잘 아는 외교관들의 전언이다.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그의 외교노선 상 중국과의 관계는 냉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중-일관계는 서로의 필요에 따라 전략적 호혜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중이어서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후쿠다 정권 들어 다소 소원해진 미일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경제 및 사회, 복지정책은 후쿠다 정부의 노선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소 간사장은 고이즈미 정권에서 각료를 역임하면서 고이즈미 개혁노선을 적극 지지했으나 후쿠다 총리에 맞서 자민당 총재 경선에 출마했을 때 이미 고이즈미 노선과는 결별했다.
○ 다른 후임총리 가능성도
아소 간사장 이외의 인물이 후임 총리가 될 가능성도 적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은 아소 간사장의 경제재정정책에 반발하는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전 자민당 간사장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방위상을 대항후보로 밀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소 간사장은 지난해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돌연 사임했을 때도 사실상 총리직을 거의 손에 넣었지만 자민당 내 주요 파벌들이 ‘공동책임론’을 제기하며 반발해 결승선 한발 앞에서 좌절한 적이 있다.
그가 일단 총리가 되더라도 ‘롱런’하기 위해서는 조만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않으면 안 된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을 선거에서 이기지 않으면 아소 간사장이 총리가 되더라도 정책으로서 자신의 족적을 남기기는 어렵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