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법정에 선 것은 비서실장으로 보필을 못한 내 잘못입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10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삼성의 2인자'였던 이학수 전 부회장이 눈물을 흘렸다. 평소 냉정을 잃지 않는 표정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진술 내내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들지 못한 그는 자신의 변론은 입 밖에도 내지 않고 이 전 회장의 선처를 호소했다. 이 전 회장의 건강 문제를 거론할 때는 감정이 격해진 듯 울먹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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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이 전 부회장이 1982년 이병철 선대회장의 비서실 팀장으로 발탁된 뒤 줄곧 회장 일가를 보좌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이건희 전 회장이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면 실제로 시스템을 만들고 실행한 것은 이 전 부회장이었다.
삼성그룹의 고위 임원은 "이 전 부회장이 20년 넘게 2인자로 안살림을 도맡은 이유는 첫째 사심이 없는 마음과 둘째는 치밀한 일처리 능력"이라며 "두 분 중 한분이라도 없었다면 지금의 삼성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식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