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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쇠고기’ 뒤에 넘쳐난 촛불 구호들

입력 | 2008-06-12 03:04:00


5월 2일부터 이어진 촛불시위에선 각양각색의 주장이 넘쳐났다. ‘쇠고기 재협상’을 넘어 각종 노동·사회단체의 정치성 주장과 이익단체의 집단적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대학생은 물론 초중고교생도, 노동자는 물론 주부도, 철거민은 물론 동성애자도 저마다의 민성(民聲)을 드높였다.

그래도 촛불시위 현장에서 목소리가 가장 큰 사람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좌파 직업운동가들이었다. 민주노총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주변에 대형 천막을 쳐놓고 시민들에게 ‘민영화(民營化) 괴담’을 퍼뜨렸다. 정부가 수세에 몰린 틈을 이용해 공기업 민영화 개혁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좌파 언론단체들은 정부의 방송장악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MBC 민영화 반대’를 주장했다. MBC가 왜 광우병 공포 확산에 앞장섰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정부는 사실 아닌 주장을 전제로 한 과격한 요구,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집단 이기적 떼쓰기에 맞서 다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로 무장하고 실제로 국민을 설득하며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 아무리 민심 이반이 걱정돼도 공기업 민영화 같은 개혁 과제를 뒷전으로 미루기 시작하면 국정은 임기 내내 표류할 우려가 높다.

하지만 고단한 삶에 지친 소외계층의 불만과 하소연은 진지하게 경청하고 정책적 해법 찾기에 끝까지 고민해야 한다.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안마사들은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철거민들의 사연 중에는 정부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내용도 있다. 한 대학생은 등록금이 너무 올라 부모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고 호소했다. 일부 여중생과 여고생은 “0교시 수업 때문에 못 살겠다”고 외쳐 또래 청중의 호응을 받았다. 공교육의 목표에 대한 교육당국과 학생들의 인식 괴리가 크다면 이 또한 좁혀야 한다.

민심이 ‘미국산 쇠고기’라는 좁은 통로를 뚫고 나오며 폭발한 일련의 과정은 오늘날의 민심 표출 경로가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라는 점을 확인시킨다. 당연히 정부 대응은 더 세련되고 정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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