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추심업체 빚독촉에 이용
약국 전산원이 약사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 수십만 건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 72만 건을 빼내 채권 추심회사 직원에게 넘긴 김모(36) 씨 부부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김 씨에게서 받은 개인정보를 업무에 이용한 채권 추심회사 직원 이모(42) 씨 등 4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는 약국 전산원인 부인(28)에게 약사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받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트에서 72만 건의 수진자 정보를 조회했다.
여기에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는 물론이고 직장코드와 사업장 기호도 들어 있다. 김 씨는 이 씨에게서 추심 대상자 명단을 받아 이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했다.
이 씨 등은 김 씨에게서 자료를 건네받은 뒤 추심 대상자의 직장을 알아내 빚을 갚으라고 독촉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취직을 시켜주겠다는 채권 추심회사 직원들의 제의를 받고 정보를 넘겼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의사나 약사가 아닌 일반 직원이 공인인증서나 비밀번호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진자 정보를 대량으로 조회한 기록이 있는 의료기관 서너 곳을 더 조사하고 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