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캐딜락 등 고급브랜드 외엔 성공 드물어
“가격대비 성능 좋아” 현대 브랜드로 과감한 승부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고급차로 분류되는 4만 달러(약 3760만 원) 이상 자동차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모험’에 나선다.
이현순 현대자동차 연구개발총괄 사장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대형 고급 승용차인 ‘제네시스’ 4.6L(배기량)의 미국 판매가격을 4만 달러 이상으로 책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브랜드도 미국시장에서 최고가격은 3만4000달러 수준이며 4만 달러 이상은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가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판매에 성공할 경우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여 고급 브랜드 진출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8일 제네시스를 국내에 선보였으며 미국에는 6월경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 ‘4만 달러의 벽’ 돌파 성공할까
미국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캐딜락 등 고급 브랜드 외에 일반 브랜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단형 승용차의 가격이 4만 달러를 넘지 않는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면 자동차의 가격표에 4만 달러 이상을 붙이는 것이 힘든 것으로 미국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현대차가 싸구려 이미지를 벗기 위해 최초의 럭셔리카인 제네시스를 선보였다”며 “그러나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독자적인 고급 브랜드를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 미국을 향한 거대한 마케팅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현대차 딜러들은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로는 4만 달러 시장 진입은 무리”라며 가격을 낮춰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제네시스의 성능과 품질이 뛰어나고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가격의 벽을 돌파할 수 있다”며 딜러들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차, 한판 승부 자신
도요타 브랜드로 미국에서 팔리는 승용차 중 가장 비싼 모델은 ‘아발론’으로 3만4000달러가 기본가격이다.
이 밖에 혼다 ‘어코드’는 3만 달러, 닛산 ‘맥시마’도 3만1000 달러, 폴크스바겐 ‘파사트’ 3만5000달러 등 미국에 진출한 일반 브랜드의 세단형 승용차는 모두 4만 달러를 넘지 않고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의 경우 4만 달러 이상인 대형 고급 승용차 ‘페이톤’을 출시했다가 판매에 실패하고 2006년 모델을 철수시킨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성능(380마력)이 6만 달러대 벤츠, BMW와 맞먹지만 가격은 30% 이상 싸기 때문에 승산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순 사장은 “성능과 품질이 벤츠나 BMW와 맞먹기 때문에 4만 달러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판매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는 3.8L 모델은 3만5000달러 안팎으로 가격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4만 달러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 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향후 프리미엄 브랜드 진출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여 세계 자동차 업계가 ‘현대차의 도전’을 주목하고 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디트로이트=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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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김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