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인근에 사는 매클린 리드 할머니는 공화당 지지자다. 3일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그는 오후 6시경 차로 20분 넘게 걸리는 윈터셋 고교의 공화당 코커스장으로 향했다.
영화 속에선 로맨스가 싹트는 낭만적인 길이지만 지금 현실에선 영하 14도의 날씨에 빙판으로 변한 꼬불꼬불한 밤길이다. 그래도 지지하는 경선 주자에게 한 표를 주고 싶은 마음에 수십 년간 4년마다 밤길 운전을 마다한 적이 없었다.
비슷한 시간, 이곳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아이오와 주도(州都) 디모인 주민 메리엔 맥퍼슨 씨도 크로스로드파크 초등학교의 민주당 코커스장으로 갔다. 주차장이 꽉 차 20분이 넘게 헤매야 했다.
오후 7시, 코커스가 시작됐다. 임시 의장이 코커스 절차와 지지 후보별로 모일 곳을 설명했다. “(돈)봉투 나눠 주는 곳은 어디냐”는 농담에 폭소와 함께 “여기” “여기”라는 대답이 쏟아졌다. 간단한 지지자 대표 연설에 이어 헤쳐모여가 시작됐다. 안부 인사도 나누고, 끌어당기기도 하다 보니 10분이 넘게 걸린다.
강당 곳곳에 모인 후보 진영별로 머릿수를 센다. 버락 오바마 79명, 힐러리 클린턴 44명, 존 에드워즈 36명….
의장은 “15% 이상 지지를 받지 못한 후보를 선택한 분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제발 우리 편으로”라는 애타는 호소가 30여 분간 이어졌다.
“만세! 반올림이 된다.”
막판에 한 여성이 옮겨오자 이미 10명을 추가 확보한 힐러리 진영에서 환성이 터졌다. 지지자 36.4명당 대의원 1석이 배정되는데 지지자가 55명으로 늘어나 1.51석이 된 것. 8명을 추가하는 데 그친 오바마 진영은 2.39석을 확보해 결국 최종 대의원 수는 2명으로 같아져 버렸다.
오후 8시 20분경 다시 ‘그냥 민주당원’으로 돌아온 주민들은 악수를 하며 헤어졌다.
리드 할머니가 참석한 공화당 코커스는 조금 빨리 끝났다. 종이에 지지 후보를 적어 내는 방식이기 때문. 이날 아이오와 주에선 민주 23만9000명, 공화 11만6000명이 코커스에 참여했다.
모바일 투표까지 등장했던 한국 방식과 장단점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후보 선택에 저녁 시간을 온전히 바친 주민들에게선 “중요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디모인(아이오와 주)에서
이기홍 워싱턴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