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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성인오락실서 불… 5명 사망

입력 | 2007-12-27 02:59:00


안산서… 단속대비 이중 출입문 용접중 발화

비상구 따로 없어… “아무도 못빠져 나갔다”

비상구 없이 불법 영업을 하던 경기 안산시의 한 성인오락실에서 불이 나 손님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6일 오후 5시 10분경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층 상가 건물의 3층에서 PC방 간판을 달고 영업하던 성인오락실에서 불이 나 이모(26) 씨 등 손님 5명이 숨지고 박모(27·여) 씨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화재로 같은 건물 모텔과 노래방에 있던 5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소동을 빚었고 모텔 종업원 김모(20) 씨가 경상을 입었다.

숨진 사람들은 오락실 출입구에서 좌측으로 7m가량 떨어진 실내 스탠드형 에어컨 앞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채 숨져 있었다. 중태에 빠진 박 씨 역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에어컨 앞에서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 영상 취재 : 이훈구 기자

안산소방서 관계자는 “출입문에서 유독가스와 불길이 밀려 들어와 빠져나갈 수 없게 되자 불빛이 새 나오는 에어컨 옆 창문을 비상구로 착각하고 모두 몰려든 것 같다”며 “밖으로 대피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봐 당시 내부에 있던 손님과 종업원 등이 모두 함께 변을 당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날 불은 오락실 내부 115m²를 다 태우고 10여 분 만에 진화됐지만 비상구가 따로 없는 상태에서 출입문 쪽에서 먼저 불길이 번지면서 실내로 유독가스로 퍼져 인명 피해가 컸다.

사고 현장은 바깥 철제문과 3m 간격을 두고 불투명 유리문이 설치돼 있었으며 바깥 복도와 실내 천장, 오락기계는 모두 불에 타 그을린 상태였다. 벽면의 유리창 역시 바깥쪽이 석고보드로 막혀 있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용접공 이모(46) 씨가 오락실 바깥쪽 철제문 잠금장치를 용접하는 공사를 하다가 불티가 튀면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오락실 관계자인 박모(29·사망) 씨의 지시를 받고 이날 철제문 안쪽에서 잠금장치 용접을 하다 복도 바깥에 쌓인 휴지와 현수막 등으로 불이 붙어 소화기로 끄려 했는데 불이 커지는 바람에 일단 몸을 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실내 불투명 유리문 때문에 오락실 안에 있던 손님들이 유독가스가 내부로 들어올 때까지 화재 발생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이 오락실은 3일 전부터 ‘바다 해적’이라고 불리는 성인오락기 46대를 들여와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