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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신치영]“엉터리 통계” 여론 들끓는데…

입력 | 2007-09-10 03:02:00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 이건 국가 기강에 관한 문제다.”

“어떻게 천문학적인 돈을 잘못 계산하고도 검산 한번 해 보지 않고 국민에게 그대로 발표할 수 있나. 중소기업도 이러지는 않는다.”

정부가 나라살림 통계를 17조 원이 넘게 잘못 집계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보도된 뒤 인터넷 뉴스사이트에는 분노한 국민의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7일 오후 재정경제부 발표를 처음 접하며 기자가 느꼈던 충격과 허탈감을 국민 대다수가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본보 8일자 A1·14면 참조

평생 회계업무를 하다가 퇴직했다는 한 누리꾼은 “숫자를 보는 사람의 기본은 이상한 증감 명세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라며 “국가재정 통계를 단순 전산 오류 탓으로 돌리는 건 공무원들의 자세 문제”라고 꼬집었다.

“현 정부 들어 수만 명의 공무원을 더 뽑았다는데 전부 무슨 일을 하고 있기에 이런 오류가 나오느냐” “국민에게서 거둬들인 세금을 우습게 아는 정부는 자격이 없다” “이러니 아마추어 소리를 듣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현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처럼 국민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지만 관련 부처인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는 서로 ‘네 탓’ 타령을 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공무원은 “오류를 일으킨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은 예산처에서 관할하고 있으며 재정 관련 통계자료도 예산처에서 작성해 준 것을 가공한 것뿐”이라고 변명했다.

이에 대해 예산처 관계자는 “부처 간에 책임을 미루는 모습으로 비칠까 봐 조심스럽다”면서도 “시스템을 관리하는 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은 예산처 소속으로 돼 있지만 사실 상당수 정부 부처와 민간 용역업체가 모여 있으며 재경부 직원도 파견 나와 있다”고 말했다. 예산처는 “계획대로라면 수입, 지출 항목이 제대로 입력됐는지 점검을 한 뒤에 (상반기 재정통계를) 이달 말에 발표했어야 하는데 재경부가 서둘러 발표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시스템의 정확성을 다시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협력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서로 ‘면피’에만 급급한 재경부와 예산처의 모습은 더 한심하다. 민생은 어려운데 ‘크고 무능한 정부’는 폭주(暴走)하는 뒤틀린 현실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 직전 수준이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 것일까.

신치영 경제부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