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을 뒤돌아보면 아쉬움과 안타까움뿐이다. 6월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기념일이 많았다. 3일은 대학생이 군사정권에 항의해 궐기한 날이고, 6일은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현충일이다. 10일은 헌정 유린에 맞섰던 시민항쟁 기념일, 15일은 분단 이후 처음 남북 정상이 만난 날, 25일은 잊을 수 없는 민족 상쟁의 날이다. 29일은 시민항쟁에 군사정권이 굴복한 날인 동시에 서해교전으로 해군용사 6명이 전사한 날이다.
‘호국의 달’ 6월에 우리는 추모와 감사의 마음보다 파당적 이익 추구에만 급급하지는 않았던가? 이런 모습이 청소년의 역사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청소년의 과반수가 6·25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주적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청소년을 탓하기 전에 어른이 스스로 돌아보며 반성해야 한다.
얼마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청소년의 역사사랑’ 토론회를 가졌다. 사회를 맡은 인기 아나운서와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기위해 몰려들던 모습과는 달리 행사가 시작되자 청소년들은 의젓해졌다. 그리고 역사교육의 실태와 방향, 주변국의 역사 왜곡과 대응방안, 청소년의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방안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다.
글로벌 시대에 민족이나 국가정체성은 구시대적 낡은 개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여전히 중요하다. 그것은 나무의 뿌리와도 같다. 나무가 아무리 크고 무성하더라도 뿌리가 훼손되면 죽는다.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사랑, 어떤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 미래에 대한 열망은 삶을 지탱해 주는 뿌리이다. 사회변동의 속도가 빠르고 폭이 클수록 구성원은 더욱 튼튼한 뿌리를 가져야 한다.
나라사랑, 역사의식,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은 개인에게 존재 의미를 부여해 줄 뿐 아니라 삶의 원동력을 제공해 준다. 역사를 바로 알면 민족에 대한 긍지를 갖게 된다. 민족적 긍지는 나라사랑과 삶의 보람, 자신의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올바른 정체성을 지닌 사람만이 다양한 지구촌 사회에서 자신의 고유한 향기를 지닐 수 있다.
글로벌 시대라 하여 국가를 가벼이 여기고 역사를 도외시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교류가 빈번하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아야 한다. 청소년의 역량을 강화하고 나라를 사랑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국가발전의 핵심동력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배규한 한국청소년정책 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