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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1930년대 경성의 ‘코믹버전 CSI’

입력 | 2007-07-04 02:56:00

사진 제공 이다엔터테인먼트


“그날 아침은 모든 일이 엉망진창이었에요. 전날 밤 세 번을 되풀이해서 읽었든 샤알록 호움즈(셜록 홈스)의 ‘얼룩띠의 비밀’! 바루 그 이야기 탓이었에요.”

연극 ‘조선 형사 홍윤식’(성기웅 작·김재엽 연출)은 관객들에게 시간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시간적 배경은 ‘쇼와(昭和) 8년(1933년)의 봄’.

귀에 선 서울 사투리의 내레이션으로 극을 시작하는 신여성 마리아는 서울 서대문경찰서의 말단 사환. 마리아는 관객들에게 “샤알록 호움즈의 이얘기(이야기)도 아니 부러울 흥미진진한 사건”의 전모를 들려준다.

시간적 배경은 1933년 5월 6일 아침. 경성 죽첨정(서울 충정로)의 금화장 고갯길에서 아기의 잘린 머리가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안정된 치안을 자랑해 온 경찰은 과학적 수사에 나선다. 요즘으로 치면 ‘CSI(과학수사대)’에 해당하는 경성제국대 의학부 법의학분실은 나름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범행 시간은 10시간 이내이며 시체는 만 1세 내외의 남아로 예리한 도구로 뇌수가 제거됐음을 밝혀낸다.

이 연극의 주요 소재가 되는 ‘죽첨정 단두 유아 사건’은 1933년 잡지 ‘신동아’ 7월호와 당시 신문에도 실렸던 실제 사건. 올 초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 페스티벌’의 참가작으로 2주일간 선보였다가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이번에 다시 두 달간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른바 내지(일본)로부터 부임해 온 조선의 ‘샤알록 호움즈’ 홍윤식을 비롯해 4명의 수사반원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추리극 형식의 이 작품은 무대 위에 1930년대 경성의 모습을 펼쳐 보임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현미경, 혈액형 등 당시 막 도입된 ‘첨단 과학 수사’의 모습이 배꼽을 잡게 만든다.

일본 형사의 “사람마다 혈액형이라는 게 있어서 이 세상 사람들은 4가지 부류로 분류가 된다”는 말에 말단 형사는 신기한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묻는다. “그럼 저처럼 아버지가 내지 사람이고 어머닌 조선 사람이어서 ‘피가 섞인’ 경우는 어떻게 됩니까?”

6일∼9월 2일.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 02-762-010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