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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국제금융 중심으로”…런던 모델로 ‘신금융가’ 조성

입력 | 2007-05-23 03:00:00


‘제조업 대국’ 일본이 도쿄(東京)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야마모토 유지(山本有二) 일본 금융상은 21일 주일(駐日) 미국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의 모임에서 도쿄에 ‘신(新)금융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신금융가는 국내외 금융기관과 법률사무소, 회계사무소가 모여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영국 런던의 ‘커네리 워프’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청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있는 도시재생본부와 협의해 다음 달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신금융가 후보지로는 일본은행 본점, 니혼바시(日本橋), 도쿄증권거래소를 포함한 도쿄역 일대가 유력하다.

이 일대에는 일본의 양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과 다이와증권 본점 외에도 메릴린치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지점이나 일본사무소를 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신금융가 후보지의 용적률과 고도제한을 크게 완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업무와 주거공간이 복합된 최첨단 고층빌딩의 건축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또 영어가 자유롭게 통용되는 비즈니스호텔과 병원을 유치하고 외국인 자녀를 위한 학교와 보육원도 설립하기로 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 일대를 규제 완화 및 세금 감면 특구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신금융가 조성과는 별도로 도쿄증권거래소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자문기구인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이달 초 증권과 금융선물, 농산물, 온실가스배출권 거래를 망라하는 종합거래소를 창설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붕괴된 이후 ‘잃어버린 15년’ 동안 사실상 성장이 정지된 상태였다.

지난해 말과 1990년 말 시가총액을 비교할 때 뉴욕과 런던증권거래소는 외형이 각각 5.7배와 4.5배로 불어난 데 비해 도쿄증권거래소는 1.6배로 커지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금융 산업의 최대 약점이던 부실채권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일본 기업들이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있어 도쿄를 국제금융센터로 도약시킬 기회가 무르익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