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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천연가스 유럽 줄까, 아시아 줄까”

입력 | 2006-10-26 03:00:00


‘중국과 에너지 협상(동쪽)→협상 지연→유럽국과 협상(서쪽)→에너지 헌장 거부→아시아에 가스 공급 확대(동쪽).’

최근 한 달간 러시아의 에너지 협상 행보를 요약하면? 동서(東西)를 왔다 갔다 하는 진동 추와 같다.

러시아 에너지연구소 이고리 톰베르크 수석연구원이 24일 리아노보스티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진동 추 전략론’을 꺼냈다. 동서 양 방향으로 에너지 협상을 펼쳐 온 러시아가 서쪽에서 점수를 잃은 뒤 동쪽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것.

동서 진동 추 전략은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영토 확장 당시 활용된 전략이다. 러시아는 1856년 크림전쟁에서 패하면서 서남쪽으로 진출할 통로가 막히자 동쪽을 공략해 극동의 연해주와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를 얻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 외교 행보도 당시의 동서 진동 추 전략과 유사하다. 푸틴 대통령은 보름 남짓 전인 10일까지 러시아 가스의 70% 이상을 소비하는 유럽연합(EU)과 에너지 협상에 공을 들였다.

러시아가 유럽에 힘을 쏟은 이유는 중국과의 가격 협상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베리아 코빅타 유전의 천연가스를 중국이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해 줄 것을 요구했던 것.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의 국제 시세는 1000m³당 250달러 이상이지만 중국은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EU 국가들도 지난주 핀란드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회담에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러시아의 약속을 선뜻 믿지 않았다. 유럽 국가 정상들은 러시아 이외의 국가가 가스 파이프라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에너지 헌장’에 서명하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거부한 뒤 “화석연료 자원의 30%는 아시아에 주겠다”며 에너지 외교의 기수를 다시 동쪽으로 돌렸다.

톰베르크 연구원은 “앞으로 중국과 한국이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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