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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항로가 北 밀수품 ‘세탁통로’?

입력 | 2006-10-17 03:00:00

부산항과 북한 나진항을 오가는 중국 선적 화물선 ‘추싱호’가 10일 부산항에서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추싱호는 마약은 물론 위조담배 밀수에도 이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제공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실


“위조담배 등 위조품이 북한 나진과 남포항에서 한국과 중국의 항구를 거쳐 전 세계로 수송되지만 중국에선 북한 컨테이너에 대한 검색이 사실상 전무하고 한국에서도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데이비드 애셔 전 미국 국무부 자문관은 지난해 11월 노틸러스연구소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한 일이 있다.

북한 나진에서 선적된 위조 외국담배가 잇따라 대량으로 부산항에서 적발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한국이 북한 위조품의 이동 경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애셔 전 자문관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사례인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추싱호 위조품의 생산지=2001년 이후 총 12차례에 걸쳐 히로뽕과 위조담배 등이 적발된 추싱호는 북한 나진과 부산을 매주 1회 오가는 선박으로 주로 부산에서 원자재를 실어 나진으로 옮긴 뒤 나진 근처의 공장에서 가공한 완제품을 다시 부산으로 가져온다.

추싱호에 선적돼 부산에 도착한 물품이 모두 ‘북한산’은 아니다. 중국 지린(吉林) 성이나 헤이룽장(黑龍江) 성의 조선족도 중국 단둥(丹東)을 이용하는 것보다 운항 경로가 짧아 나진을 자주 이용한다.

해양수산부 담당자는 “추싱호는 중국 조선족 지역 및 나진 근처 공장의 생산품과 북한 생산 농수산물이 주로 선적된다”고 말했다.

검찰에 의해 적발된 히로뽕의 경우 2001년 발견된 것은 중국 옌볜(延邊)의 벽돌공장에서 제조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2003년 적발된 것은 북한 정부의 도장이 찍힌 포대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북한산’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은 위조품 통로?=애셔 전 자문관의 지적처럼 미국은 북한에서 위조한 담배와 지폐, 마약 등이 한국을 거쳐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부산세관이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적발된 12차례 밀수 중 ‘한국’이 최종 목적지인 경우는 4차례일 뿐 나머지는 최종 목적지가 모두 외국이다.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에서 미국까지 전 세계로 퍼져 있다. 나진에서 선적된 위조품이 부산에서 하역된 뒤 제3국 선박에 실려 나가는 것.

실제 2001년 적발된 히로뽕은 검찰 수사 결과 중국의 대형 폭력조직 ‘삼합회’로 흘러들어갈 예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비해 한국 기관의 검색이나 수사는 미진하다. 2003년에 들어온 히로뽕 45.34kg에 대해 검찰은 관련자를 검거하지 못해 내사 중지된 상태다.

담당 세관 관계자는 “추싱호 밀수품의 경우 외국 첩보를 얻어 검찰이 수사한 것이며 세관 검사 과정에서 적발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추싱호 해상 검색 가능한가=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문 내용 중 해상 화물 검색과 관련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추싱호는 북한의 선박이 아니기 때문에 결의문의 해양 검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싱호는 중국 선적에 실질적 소유주는 한국 회사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남북 간에 채택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조치하면 유엔 안보리 결의문을 이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해운합의서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2조 6항에는 ‘상대측의 관세, 재정, 출입국관리 또는 보건, 위생법규에 위반되는 물품’의 행위를 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제2조 9항에는 선박이 위의 항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해당 선박에 대하여 주의 환기 및 시정 조치와 관할 해역 밖으로 나가도록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정부가 강력한 적발 의지만 있다면 현재 ‘남북해운합의서’에 의거해 추싱호도 검색할 수 있다”며 “밀수품 명목이 확인된 만큼 정부는 국제적인 제재 압박이 강해지기 전에 스스로 더 강력히 검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추싱호:

1995년 10월부터 북한 나진과 부산을 오가기 시작한 화물선이다. 개통 당시 북한이 한국 선박의 북한 바다 진입을 거부했기 때문에 선적은 중국으로 했지만 선사는 한국과 중국의 민간 합자회사인 동룡해운이다. 합자 지분은 한국 55%, 중국 45%로 한국이 많다. 매주 한 번 북한 나진과 부산을 왕복 운항하며 중국을 경유하지 않는다. 민간단체가 북한에 비료를 지원할 때 이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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