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만회골김동현(가운데)이 가나와의 친선경기에서 0-2로 뒤진 후반 18분 염기훈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재빨리 문전으로 달려들어 만회 골을 터뜨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본격적인 세대교체 실험이 시작됐지만 첫경험은 쓰라렸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8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친선경기에서 신예들을 대거 기용한 끝에 1-3으로 졌다.
가나의 개인기에 밀려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에 여러 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넘긴 뒤 후반 3분 만에 아사모아 기안(우디네세)의 헤딩슛으로 첫 골을 내주었고 10분 뒤 코너킥에 이은 마이클 에시엔(첼시)의 헤딩슛으로 두 번째 골을 내주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18분 염기훈(전북)의 슛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튀어 나온 공을 달려들던 김동현(루빈 카잔)이 차 넣어 만회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후반 38분 기안의 왼발 슛으로 한 골을 더 내주었다.
가나는 4개월 전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3-1로 이긴 당시의 선수들 중 절반이 바뀐 팀으로 역시 세대교체 실험 중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가나와의 역대 전적에서 1승 2패를 기록했다.
베어벡 감독은 이번 가나전을 도하 아시아경기(23세 이하 출전) 등을 대비한 세대교체의 실험무대로 삼고 신인들을 대거 기용했다. 베스트11 중에 9명이 아시아경기 대표였다. 오장은(대구), 염기훈, 이종민(울산)은 대표팀 경기에 처음 출전했다.
그러나 공격진으로 나선 염기훈, 정조국(서울), 이종민은 미드필더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고전했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기에는 가나 선수들과의 개인기 격차가 있었다.
미드필더로 나선 이호(제니트), 백지훈(수원), 오장은은 가나의 세계적인 미드필더 에시엔과 스티븐 아피아(페네르바체)의 위력에 밀려 중원을 내주며 전방으로 위협적인 패스를 보내지 못했다.
수비에서는 김동진(제니트), 김진규(이와타)가 중앙 수비수로 나섰다. 베어벡 감독은 왼쪽 수비수로 오래 활동했던 김동진을 중앙 수비수로 계속 기용하며 그의 가능성을 살피는 중이다.
그러나 이날 수비진은 박주성(광주 상무)이 맡고 있던 왼쪽과 차두리(마인츠)가 담당한 오른쪽이 번갈아 뚫렸고 이를 막기 위해 중앙 수비수들이 한쪽으로 많이 쏠리면서 빈 공간을 자주 내주었다.
김호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공수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팀 전체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진한 전 국가대표팀 코치는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한 점에 비하면 열심히 했다. 정신력과 체력은 돋보였다”고 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양팀 감독의 말
▽한국 핌 베어벡 감독=가나는 한국보다 체력 전술 등 모든 면에서 강한 팀이다.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친선 경기였던 만큼 선수들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 가나 같은 월드컵 수준의 강팀을 상대하려면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몸싸움에서도 밀렸고 쉽게 상대에게 공을 내줬다. 공격에서는 최종 패스가 정확하지 못했고 페널티 지역에서는 예리함이 떨어졌다. 수비수들도 너무 긴장해 쉽게 골을 내줬다.
오늘 처음 A매치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박지성 설기현 같은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젊은 선수들이 마이클에시엔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뛴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시리아전은 경기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험 많은 선수들이 뛸 것이다.
▽가나 클로드 르로이 감독=오늘 경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양 팀 모두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게 아쉽지만 우리는 전술에서 앞섰고 좋은 경기를 펼쳤다. 한국의 정조국과 김동현은 훌륭했다. 두 선수는 위기를 맞은 뒤에도 바로 반격에 나서는 자신감을 보여 줬다. 2-1로 앞설 때는 우리도 위험했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설기현 같은 선수가 뛰었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한국은 이기기 무척 힘든 팀이고 그래서 무척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