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잠수교가 이르면 내년부터 보행자 전용으로 바뀐다. 한남, 마포, 양화, 동작, 한강대교 등 5개 한강 교량은 양방향 차로가 1개씩 줄어들면서 보행로가 확장되고 버스정류장과 엘리베이터 등이 설치돼 한강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또 여의도와 잠실 구간을 10분대로 주파하는 쾌속정과 수륙양용 버스가 한강 위를 달리게 된다.
서울의 젖줄 한강을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한 대대적인 한강 정비사업이 추진된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건설하고 한강시민공원을 곳곳에 조성한 제2차 한강종합개발사업(1982∼1986년)이 완료된 지 20년 만의 일이다.
서울시는 26일 2010년까지 5년간 2533억 원을 투입해 이와 같은 내용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행전용교로 전환되는 잠수교=서울시는 반포대교와 복층 형태인 잠수교(4차로)를 보행전용 다리로 전환해 강남과 강북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통행을 전면 차단하고 자전거도로, 산책로, 광장 등을 조성하겠다는 것. 내년 4월부터 공휴일과 일요일에 한해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해 보행전용 다리로 시범 실시하고, 내년 8∼12월 공사를 거쳐 2008년 1월부터 상시 보행전용 교량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잠수교의 평일 하루 평균 차량통행량은 4만5000대. 반포대교는 9만 대 수준이다. 시는 잠수교가 전면 통제될 경우 대부분의 교통수요가 반포대교로 몰릴 것으로 보고, 반포대교 남단 사거리의 1차로를 확장하는 한편 신호체계를 바꾸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반포대교 양방향 난간 1.9km 구간에는 다리 위에서 한강으로 폭포처럼 물이 쏟아지는 낙하분수가 설치된다. 아울러 잠수교 남단과 북단에 각각 756평 규모의 ‘물 위에 떠 있는 정원’ 2곳이 민자유치 방식으로 조성된다.
▽쉽게 갈 수 있는 한강=현재는 한강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로 가로막혀 있어 지하보도나 지하차도 등을 통과해야 둔치에 접근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한강다리 위 버스정류소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나 경사로를 이용해 한강시민공원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361억 원을 들여 한남, 마포, 양화, 동작, 한강대교의 양방향 1개 차로씩을 줄여 보행로를 넓히고,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는 녹지대를 만들 계획이다. 한남, 마포대교는 내년 중에, 양화, 동작, 한강대교는 2008년 말까지 공사가 끝난다. 또 이들 5개 다리에는 버스정류소 14개소가 신설되며, 버스정류장 부근에 엘리베이터 또는 경사로가 설치된다.
▽한강의 자연성 회복 및 스카이라인 개선=한강을 따라 조성된 삭막한 회색빛 콘크리트 인공호안과 옹벽에 야생화와 풀, 덩굴식물 등을 심어 계절별로 꽃이 피어나는 자연스러운 수변경관을 만들 방침이다. 2009년까지 240억 원을 들여 76km 전 구간을 녹화할 계획.
방치돼 있는 여의도 샛강 4.6km(16만 평)는 2009년까지 400억 원을 들여 생태체험 명소로 거듭난다. 현재 폭이 10m에 불과한 수로 폭이 20m로 확장돼 조각배를 타고 노를 저어가면서 생태탐방을 할 수 있게 된다.
네모반듯한 아파트가 줄지어 늘어서 단조로운 병풍식 모양의 한강 경관을 개선하기 위해 한강과 일정 거리 이내의 공동주택 외관과 단지 배치, 주변경관을 위한 시각통로 확보 등에 관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경관관리를 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창의적인 건물디자인에 대해서는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 완화, 층고제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조례를 개정하기로 했다.
▽항구도시 꿈꾸는 서울=서울시는 향후 남북관계가 진전돼 서해항로가 개방될 가능성에 대비해 한강을 통해 서해로 진출하는 내용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나가기로 했다.
한강의 수상 이용이 활성화될 경우 필요한 배후단지(Waterfront Town)를 마곡, 노량진, 당인동 등에 조성할 예정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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