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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춤꾼 美링컨센터서 살풀이… 태평무 보유자 강선영씨

입력 | 2006-07-27 03:03:00


팔순을 넘긴 노(老) 춤꾼이 세계적 공연장인 미국 뉴욕의 링컨센터 무대에 오른다.

중요무형문화재 태평무 예능보유자인 올해 81세의 강선영(사진) 씨. 11세 때 춤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춤 인생’만으로도 ‘고희(古稀)’를 넘긴 원로 무용가다.

강 씨는 제자와 악사 등 출연진 70명을 이끌고 다음 달 8일 링컨센터의 뉴욕 스테이트 시어터(2700석 규모)를 대관해 ‘태평무’ 등 13편의 전통 무용을 무대에 올린다. ‘태평무’와 ‘살풀이’는 그가 직접 춘다.

“30년 전 미국에 갔을 때 링컨센터에 처음 가보고 ‘죽기 전에 이 무대에서 춤을 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평생의 꿈을 이루게 됐어요.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가는 공연이지만 힘들어도 제가 길을 잘 닦아 놓으면 후배들이 앞으로 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 전통 무용이 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지금까지 이 곳에서 공연한 한국 공연은 뮤지컬 ‘명성황후’(1997년)와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1998년)으로 모두 대관 공연이다.

링컨센터의 스테이트 시어터는 자체 기획 공연 위주로 운영하고, 기획 공연이 없는 기간에만 대관을 하기 때문에 대관 공연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 공연의 실무를 담당한 김인실 태평무 보존회 실장은 “지난해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강선영 춤 인생 70년-불멸의 춤’ 공연의 녹화 테이프를 링컨센터 측에 보냈더니 80세가 넘은 무용가가 현역으로 춤을 춘다는 점과 인간문화재라는 제도에 대해 관심을 보여 왔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드는 총비용은 17만 달러(약 1억6000만 원). 왕복 여행비 정도만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고 나머지는 모두 자비 부담이다. 그는 “내 평생 춤만 춰 왔는데 우리 전통춤을 세계무대에 선보이는 좋은 기회인 만큼 결코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태평무’는 빠른 장단에 맞춰 발의 신명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발춤’이다. 하지만 여든을 넘긴 춤꾼은 ‘걷는 것은 두려워도 춤추는 것은 두렵지 않다’.

7년 전 받은 척추수술의 후유증으로 요즘은 10분만 걸어도 다리가 저려 온다는 그는 “신기하죠? 그런데도 무대에만 오르면 아픈 걸 싹 잊고 춤을 춥니다. 이번 링컨센터 무대에서도 죽기 살기로 춤을 춰야죠”라고 말했다.

강 씨는 링컨센터 공연에 이어 10월에는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김덕명 장금도 등 다른 원로 춤꾼들과 함께 프랑스 공연에도 나선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