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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추위합의 성사 가능성은]열차길 ‘北군부 걸림돌’ 치워질까

입력 | 2006-06-07 03:00:00

합의문 서명 6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종결회의에서 남측 대표인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오른쪽)과 북측 대표인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합의문 서명 6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종결회의에서 남측 대표인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오른쪽)과 북측 대표인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6일 제1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의 합의 사항인 ‘경의선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전제로 한 대북 경공업 원자재 유상 제공’이 완전 이행되기까지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시험운행을 무산시킨 북측 군부의 태도에는 변화의 조짐이 없다. 원자재 유상 제공이 이뤄졌을 경우 북측이 상환을 제대로 할지도 의문이다.

▽북측 군부가 움직일까=이번 합의는 시험운행에 반대하는 북측 군부를 간접 압박하는 의미가 있다. 북한 경제를 운용하는 내각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의류 비누 신발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000만 달러어치가 절실하다”며 군부를 상대로 시험운행에 필요한 군사보장 조치를 취하라고 설득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초 시험운행을 하기로 남측과 합의했던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 북측 관계자들은 모두 내각 소속이다. 또 이번 경추위에 온 북측 대표단도 내각에 속해 있다.

그러나 북측 군부가 당장 내각의 뜻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

군부는 지난달 28일 남북 군사회담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열차를 통한 그 누구의 평양 방문이나 월드컵 응원단의 서해선(경의선) 통과 시도, 열차 수송에 의한 개성공단 건설 활성화 등은 정략적 기도”라며 남북 열차통행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군부는 당시 “철도 개통을 위한 군사보장 대책을 세우려면 서해상 충돌 방지 문제와 같은 군사적 긴장 문제를 우선 풀어야 한다”며 남측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재설정을 요구했다.

경추위 북측 대표단이 이번 합의문에 ‘열차 시험운행’ 대신 ‘조건이 조성될 경우’라는 모호한 표현을 고집한 것도 군부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도 ‘8월 이전 시험운행, 8월부터 원자재 유상 제공’이라는 잠정 합의 일정이 지켜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 상황이다.

▽상환은 제대로 될까=이번 합의에 따르면 북측은 남측이 제공할 원자재 8000만 달러어치 중 240만 달러에 해당하는 3%만 제공 당해 연도에 아연괴 등 광물로 상환하게 돼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능력이 안 된다며 초기에 상환할 액수를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97%(7760만 달러)를 5년 거치 후 10년간 지하자원 생산물과 개발권 등으로 돌려받기로 했지만 북한 지역의 지하자원 실태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만약 지하자원 개발의 효용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북측이 현금이나 다른 물품으로 갚을 능력도 안 될 경우 8000만 달러는 결과적으로 무상 지원이 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선 북측이 이번 경추위 합의 자체를 깨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합의문에 원자재 유상 제공의 전제조건으로 명시한 ‘조건 조성’이라는 표현이 포괄적이어서 나중에 북측이 ‘조건 조성은 열차시험운행 성사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 여지가 있다.

또 시험운행 성사 직전 원자재 제공 액수를 더 늘릴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북측은 당초 연간 1억7000만∼2억5000만 달러어치의 원자재를 5년 동안 계속 지원해 달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열차 방북은=김 전 대통령은 이달 말 방북할 예정이다. 이번 경추위 합의에서 남북이 열차 시험운행 시점을 ‘8월 이전’으로 잡긴 했지만 이는 잠정적이다.

결국 북측 군부를 움직여 시험운행을 하고 김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을 성사시키기에는 시간상으로도 불가능한 상황.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 방북을 이번 합의와 연계시키지 마라.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귀포=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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