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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챔프전 10년 ‘환호와 탄식’

입력 | 2006-04-19 03:01:00


오늘부터 모비스와 삼성의 챔피언결정전이 울산에서 시작된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10번째를 맞는 뜻 깊은 잔치다. 강산이 한번 변할 세월 동안 정상의 문턱에서 펼쳐진 숱한 명승부는 진한 감동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기아(현 모비스)는 강동희의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워 나래(현 동부)의 돌풍을 잠재우며 원년 챔피언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 후 현대(현 KCC)는 당시 최고 용병이던 조니 맥도웰 덕분에 2연패를 이뤘다. 특히 현대는 1997∼1998시즌 기아에 홈 1,2차전을 모두 패하고도 조성원의 신들린 듯한 3점포에 힘입어 뒤집기 우승을 이뤄냈다. 당시 기아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허재의 눈물겨운 투혼도 잊혀지지 않는다. 허재는 현대와 챔프전을 치르면서 손가락 골절과 발 부상에다 눈가까지 찢어졌지만 눈물겹게 코트를 누볐다. 손에는 붕대를 감고 이마에는 커다란 반창고를 붙인 그가 골대에 기댄 채 숨을 고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활약으로 허재는 비록 우승컵은 현대에 내줬지만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서장훈과 신인 조상현 황성인이 힘을 합쳐 이룬 2000년 SK의 우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으며 새 천년을 맞아 코트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로부터 삼성, 동양(현 오리온스), TG(현 동부), KCC 등도 환호와 탄식을 받으며 차례로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김승현(오리온스)과 김주성(동부)은 세대교체를 주도했고 깜짝 스타도 쏟아졌다.

때로는 단기전에서 치명적인 주전 부상에 안타까워했고 심판의 어이없는 오심과 경기 진행 실수로 엉뚱한 결과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챔피언이 되려면 ‘보이지 않는 손’의 점지를 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제 모비스와 삼성은 정규리그 54경기와 숨 막혔던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을 향한 운명의 일전을 치른다. 선수는 물론이고 코칭스태프와 심판, 팬들까지 공을 쫓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코트에서, 벤치에서, 관중석에서 뿜어져 나올 그들의 뜨거운 몸짓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