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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윤은경/‘꽃사과 한 알이’

입력 | 2006-01-19 03:22:00


《자분자분 비 오시는군요

광장의 꽃사과 잎사귀에 오소소 소름 돋았고요

발그레 익어가던 꽃사과 한 알이 툭 떨어집니다

그 옆, 조그만 웅덩이가 질끈 큰 눈을 감습니다

그랬었지요

저러히 스러지는 것들을 받아 안는 일

무너지는 가슴을

습관처럼 고요히 눈물 안쪽에 앉히는 일

이제는 아프지 않으리라던

오래된 가슴이 또 한 쪽 우지끈 무너집니다

- 시집 ‘벙어리구름’(시선사) 중에서》

설익은 꽃사과 한 알 툭 떨어지는 소리에 웅덩이 같은 큰 눈을 감으셨군요. 스러지고 무너지는 것들의 작은 소리에도 둥둥 울리는 가슴북을 지니셨군요. 저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꽃사과가 겨우내 떨어지지 않고, 얼었다 풀렸다 눈 속에서도 붉은 걸 보았지요. 고집스럽고 욕심스러워 보였어요. 폭설에도 용케 묻히지 않은 멧새 하나 찾아와 그걸 콕콕 쪼아 먹는 걸 보았어요. 꼭지 떨어진 것들 거름 지나 꽃잎으로 오는 동안, 저것들은 겨우내 봄을 부르는 새소리가 되겠지요. 스러지고 무너진 것들, 모두 꽃으로 노래로 돌아오겠지요.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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