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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인준]정부 환율개입 적을수록 좋다

입력 | 2006-01-09 03:02:00


연초부터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올해 들어 환율이 세 자릿수가 되면서 작년 말 대비 원화 가치가 2%가량 상승했다. 이런 환율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작년에도 일부 대기업은 환율이 세 자리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에 나섰다.

환율은 재화와 자본의 국가 간 이동에 따른 ‘외환의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2004년과 2005년 각각 276억 달러와 175억 달러 흑자를 보였다. 경상수지 흑자만큼 달러 공급이 늘었고 이는 달러 가치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정책 금리가 연중 2% 상승한 반면 한국은 0.5%에 그치면서 한미 간 정책금리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달러 금리의 상승은 달러 수요를 증가시키고 달러 가치를 상승시켜 환율 하락 폭을 낮추었다. 그러나 올해 미국의 정책 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해 볼 때 올해 달러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환율은 장기적으로 시장의 수요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환율이 급락하거나 출렁이면 그만큼 경제 안정을 해치게 된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정책이 때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개입은 미세 조정에 그쳐야 하며 시장 환율의 장기 추세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과거 정부의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이 환(換)투기를 유발하면서 경제 안정을 해친 경우를 두 차례 경험했다. 먼저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 정부가 환율을 900선에서 묶겠다고 공표함으로써 환투기를 유발하고 외환위기를 가속화시켰다. 또 2004년 1월 정부의 역외 선물환시장 개입 또한 환투기를 유발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환투기는 정부가 경제 상황과 상반된 정책을 택할 때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환율 안정을 위한 자본 자유화의 대폭 확대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자본의 해외 유출에 대한 정확한 모니터링이 수반돼야 한다. 실상과 관계없이 우리 경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믿거나 투기 현상이 발생할 때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 의해서도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 현상은 우리 경제에 여러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원화 강세에 따라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또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환위험 관리 능력이 낮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이를 이겨 내기 위해 중소기업은 그동안 미룬 구조 조정을 가속화하고, 정부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한편 원화 상승은 내수와 수출 간의 균형 성장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 안정은 결과적으로 수출 산업에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원화 상승은 또한 오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기업의 외채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최근 ‘글로벌 불균형’이 화두로 오르내린다. 이미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에 이르렀다. 미국이라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계속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 글로벌 불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 간에 무역 마찰이 생기고 환율정책이 문제가 되면서 한국의 수출 주도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수출과 내수 간에 균형 잡힌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앞날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인준 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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