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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佛행동하는 양심…‘지식인의 탄생’

입력 | 2006-01-07 03:02:00


◇지식인의 탄생/파스칼 오리, 장 프랑수아 시리넬리 지음·한택수 옮김/400쪽·2만 원·당대

이 책은 엄밀하게 말해 프랑스 지식인의 역사를 다뤘다. 그 출발점은 1898년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에밀 졸라가 쓴 ‘나는 고발한다’를 전후해 형성된 현대적 지식인의 역사다.

에밀 졸라, 앙드레 말로, 레몽 아롱, 사르트르, 아라공, 푸코, 들뢰즈 등의 프랑스 지식인들은 한국사회에서도 지식인의 모델처럼 여겨진다. 한국적 표현으로 ‘행동하는 양심’이라 불리는 지식인상이다.

이런 지식인상은 영미권의 지식인상과 분명 다르다. 영미권의 지식인들이 지식 생산자나 연구자라면 프랑스 지식인상은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개입하는 선언적 실천적 면모가 강조되며 학자뿐 아니라 작가와 예술가를 대거 포함한다. 러시아의 인텔리겐치아의 전통이 있지만 소련의 성립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를 상실하면서 반항적이고 야성적 면모를 상실했다.

하지만 프랑스 지식인상은 그 출발점부터 보수우익과 민족주의에 대항하는 진보적 좌파의 속성을 지닌다. 그들 중 일부가 파시즘의 유혹에 빠지기도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어떻게 공산주의자가 아닐 수 있는가’라는 이 책의 소제목처럼 좌파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현실’보다는 ‘이상’이, ‘사실’보다는 ‘신념’이 중요했던 이런 지식인상은 1970년대 솔제니친의 망명과 베트남 난민 및 캄보디아 학살 사태로 이중의 위기에 직면한다. 이념의 위기와 정체성의 위기. 이는 자유주의적 지식인과 비공산 좌파 지식인의 시대로의 전환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은 ‘지식인의 죽음’이 돼야 하지 않을까. 10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이 답하지 못하고 있는 질문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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