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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부비부비… 클럽은 39℃

입력 | 2005-12-28 03:01:00

바나나 걸의 2집 ‘부비부비’ 앨범 재킷. 사진 제공 G-레코드


○2005. 12. 25. 자정… 힙합에 맞춰 ‘부비고 또 부비고’

성탄절 새벽. 서울 홍익대 앞 힙합 클럽 ‘할렘’의 문 앞에는 젊은이 50여 명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 사람이 꽉 차서 못 들어가요”라며 외치는 안내 요원의 외침에도 어떻게든 입장하려는 클러버(클럽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의 승강이는 계속됐다.

엄동설한에도 클럽 안은 한증막. 1000여 명의 클러버는 반팔, 핫팬츠 차림으로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압사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지만 이들은 맥주와 테킬라 몇 잔에 알딸딸해진 몸을 이끌고 힙합 음악에 맞춰 서로의 몸을 ‘부비고 또 부볐다’. 연말, 젊은이들은 클럽에서 또는 클럽 파티장에서 열광하고 있다. 중장년층이 주로 찾는 디너쇼나 대형 송년 콘서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39도의 열기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제3의 송년 문화 ‘클럽 파티’… 자유롭게 춤추고 술 마시고

18일 오전 1시. 전날 밤 10시부터 진행된 일본 출신의 힙합 듀오 ‘엠 플로’의 내한 공연 제2부는 ‘클럽 파티’로 진행됐다. 랩을 하던 ‘엠 플로’의 멤버 버발(30)도 무대에서 뛰어내려 관중 속으로 다이빙했다. 이날 클럽 파티는 오전 5시까지 이어졌지만 공연장을 찾은 3000여 명의 관객은 지친 기색보다 “후련하다” “즐거웠다”는 반응이었다. 대학교 친구들과 이곳에서 송년 모임을 한 직장인 김선영(27) 씨는 “다른 공연에 비해 자유롭게 춤도 추고 술도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클럽과 콘서트가 접목된 ‘클럽 파티’ 공연이 젊은이들의 송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엠 플로’ 내한 공연의 경우 2주 전 이미 전석이 매진될 정도. ‘드렁큰 타이거’와 T, ‘DJ DOC’와 ‘리쌍’ 등 국내 힙합 가수들부터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과 ‘프리 템포’ 등 일본 출신 뮤지션까지 공연 종류는 다양하다.

송년 클럽 공연은 인터넷 티켓 판매 사이트에 ‘파티’로 따로 분류되어 있을 정도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의 경우 올해 총 1438개의 라이브 콘서트 중 약 10%인 126개의 공연이 클럽 파티였고 이 중 23개가 송년 클럽 파티. 송년 디너쇼가 25개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인터파크 티켓사업본부 공연팀 이준한(40) 과장은 “2003년 35개에 불과했던 클럽 파티가 2년 사이 126개로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클럽 파티의 주인공은 ‘관객’… 복장 춤 마음대로

클럽 파티의 매력은 관객에게나 공연자에게나 ‘자유로움’이 꼽힌다. 30일 부산에서 클럽 파티를 여는 3인조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의 리더 김성훈은 “클럽 파티에서는 춤도 출 수 있고 술도 마시며 다른 관객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영국 출신의 인기 그룹 ‘컬처 클럽’의 리더이자 DJ인 보이 조지도 “공연자의 입장에서도 힘들면 쉬거나 흥이 나면 관중석으로 뛰어내리는 등 다른 공연에 비해 자유롭다”고 말했다. 클럽 파티의 공연 시간은 3∼4시간이지만 맥주나 샴페인, 와인 등을 마시며 자유롭게 놀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는 것이 클러버들의 말이다.

클럽 파티 전문 기획사 리스케이의 손용준(29) 대표는 “클럽 파티는 공연자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가 주인공인 점이 기존 공연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클럽 파티장에 특별한 복장 규제가 없고, 막춤을 춰도 이상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클럽 파티의 모든 것

▽턴테이블과 DJ=지금은 구닥다리로 취급받는 LP판이 클럽에서는 주인공. DJ들은 LP판을 이용해 음악을 쥐었다 놓았다 한다. DJ들은 단순히 음악을 트는 것 외에 주로 스크래치(레코드 판을 손으로 누르며 앞뒤로 긁는 기법) 등으로 실력 발휘를 한다.

▽춤=브레이크댄스나 허슬 등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춤은 노(No)! 클럽 파티에서는 몸을 흐느적거리며 리듬을 타는 ‘웨이브’ 춤이 대표적이다. 특히 여성들은 일명 ‘골반 돌리기 춤’으로 유연한 몸매를 뽐내는 것이 유행이다. 이때 이성을 향해 그윽한 눈빛을 보내거나 혀를 3분의 1쯤 내놓으면 좋다.

▽마실 것=클럽 파티의 장점은 마시며 즐길 수 있다는 것. 맥주를 비롯해 와인, 샴페인 등 가볍게 마시며 취할 수 있는 술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탄산음료나 오렌지 주스도 오케이.

▽복장=홍익대 앞 힙합 클럽에서는 넥타이에 정장, 또는 바바리코트 차림이나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은 입장시키지 않는다. 반면에 호텔 클럽의 경우 바닥에 질질 끌리는 힙합 청바지 차림일 경우 입장을 저지당할 수 있다. 권장 복장은 세미 정장이나 댄디한 패션. 너무 튈 경우 이성이 손사래를 칠 수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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