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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실시간 환율정보 못본다…외환시장 이원화

입력 | 2005-12-28 03:01:00


내년 2월부터 일반인은 외환시장의 환율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없게 된다.

기업이나 역외(域外)거래자 등은 외환시장에 참가하는 각 은행이 제시하는 매수 매도 호가(呼價)를 토대로 은행과 협상해 ‘사자’ 또는 ‘팔자’ 주문을 내야 한다.

개인은 지금처럼 은행이 별도로 고시하는 대(對)고객 환율에 따라 외화를 사고팔면 된다.

한국은행과 외환시장협의회는 내년 2월 1일부터 서울외환시장 거래방식을 이같이 바꾼다고 27일 밝혔다.

외환시장이 은행 간 시장과 대고객 시장으로 구분되면서 일반인은 은행 간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없게 된다.

은행은 실시간 환율과 주문 체결 명세 등의 정보를 토대로 약간의 수수료를 붙여 매수 매도 호가를 기업과 역외거래자에게 제시한다. 그러면 기업 등은 여러 은행의 호가를 비교해 본 뒤 가장 유리한 은행과 협상해 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은행 간 시장의 환율이 도매가격이라면 각 은행이 대고객 시장에 제시하는 매수 매도 호가는 권장 소매가격인 셈.

외환시장협의회 이상면 회장은 “서울외환시장에서 기업과 역외세력의 영향력이 커져 은행이 단순 중개인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특히 내년부터 외국인의 원화 차입이 자유화되면 투기적 거래가 늘어날 수 있어 제도 변경을 미룰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 오재권 외환시장팀장은 “그동안 역외거래자들은 은행 간 시장의 환율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외환시장을 흔들어 왔던 게 사실”이라며 “제도가 바뀌면 역외세력의 투기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시간 환율이 공개되지 않음으로써 일부 은행은 고객을 속여 이득을 얻거나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및 개인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외환거래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대해 오 팀장은 “각 은행의 매수 매도 호가가 완전히 공개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 오히려 일반인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외화를 사고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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