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중고교 생활기록부 ‘장래포부’란에 그는 꼭 이 세 글자를 적어 넣었다. “경영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죠. 일본의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같은 사람이 한국에서도 한 명은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20일 LG화학 임원인사에서 산업재사업본부 마케팅전략 담당 상무로 전격 스카우트된 안세진 씨. 그는 1969년생으로 만 36세다. 2003년 36세의 나이에 ㈜LG 법무팀으로 영입된 변호사 이종상(38) 상무와 함께 LG그룹 사상 최연소 임원이다.》
21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안 상무를 만났다. 외국계 컨설팅회사 AT커니의 컨설턴트인 그는 지금 ‘휴가 중’이란다. LG화학에서 일을 시작하는 건 내년부터다.
그는 “여기저기서 축하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부담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짧은 기간에 배움의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으로 1997년 컨설팅 회사(모니터그룹)를 첫 직장으로 선택했다.
LG그룹 사상 최연소(36세) 임원 타이기록을 갖게 된 안세진 LG화학 상무. 그는 “LG화학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재명 기자
이후 산업 분야의 실전경험을 쌓기 위해 LG텔레콤에서 1년 반 동안 마케팅 전략을 담당했고 2001년부터 AT커니에서 일해 왔다.
LG화학과의 인연이 시작된 건 지난해 2월. 컨설턴트로 LG화학과 함께 중국시장 확대전략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했다. 이후 14개의 프로젝트를 더 맡으면서 그는 LG화학 경영진의 확실한 신뢰를 얻었다.
“친구 가운데 가장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두산에 다니는 친구 하나가 차장”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샐러리맨이 입사 후 대기업 임원이 되기까지는 평균 20년 가까이 걸린다. 그는 사회에 발을 디딘 지 8년 만에 ‘별’을 달았다.
안 상무도 현실을 잘 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저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앞으로 그런 인간관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제게 주어진 챌린지(도전) 가운데 하나겠죠.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인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에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회사가 하나 정도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
“LG화학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회사예요. 이 회사를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게 제 포부입니다.”
안 상무는 역시 컨설턴트 출신인 아내 김현정(29) 씨와의 사이에 13개월 된 딸이 있다.
그는 임원 발령이 난 20일 저녁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제 회사를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야 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