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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李광재와 朴주선

입력 | 2005-12-17 03:02:00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하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또’ 살아났다. 200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삼성에서 6억 원의 채권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정치자금법 공소시효 3년’이라는 도주로(逃走路)로 유유히 빠져나간 것이다. 검찰은 채권을 현금화해 준 최모 씨를 이 의원 시효 만료 전에 조사하고도 이 의원 소환을 늦췄다고 한다.

▷이 의원만큼 자주 검찰과 특검에 불려 다니고도 그때마다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정치인은 드물다. 그가 소환된 것은 모두 5차례다. 2003년 썬앤문 사건 때는 1억 원을 받았음이 드러났으나 3000만 원 벌금형으로 끝났다. 올 초 선거법 위반 사건 때는 80만 원 벌금형으로 당선 무효를 비켜 갔다. 올 5월 유전개발 의혹 사건 때는 사건 관련자인 허문석 씨가 해외로 잠적했다는 이유로 내사(內査)중지 결정을 받아 기소를 면했다.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겨야 했던 박주선 전 의원의 기구한 ‘팔자’는 이 의원과 대조적이다. 박 전 의원은 19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 2003년 나라종합금융 사건, 2004년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세 차례나 구치소에 가야 했다. 그러나 모두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정도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박 전 의원은 “99.99%의 검사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지만 일부 출세지향적인 검사가 정치적 외압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세 사건을 합쳐 1년 3개월이나 옥살이를 했던 박 전 의원은 번번이 법망을 뚫는 이 의원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검찰이 베푸는 관용과 자비는 참으로 들쭉날쭉한 듯하다. ‘흘러간 권력’과 ‘살아 있는 권력’은 그래서 다르다고 한다면 ‘그게 다 세상 이치’라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무튼 박 전 의원도 겪었듯이 권력은 덧없다. 누구나 언젠가는 ‘시든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 될 날을 맞는다. 이 의원에게도 그런 날이 오면 검찰이 또 어떻게 돌변할지 모를 일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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