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도청과 정치공작의 피해자였다. 이들은 야당 시절 “집권하면 중앙정보부가 도청과 정치공작을 못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집권하자 도청이라는 국가범죄를 답습한 가해자로 변해 버렸다. 어제 발표된 검찰 수사 결과는 이들의 이른바 ‘민주화 정권’ 가면 속의 음험한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YS 정부의 국가안전기획부 미림팀장 집에서 압수된 테이프에 나오는 도청 대상자만 646명에 이른다. 더욱이 도청자료가 대통령 아들에게 그대로 보고되고, 다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됐다. ‘신한국(新韓國)’이 아니라 저개발 독재국가로의 회귀였다.
YS 시절의 도청이 아날로그 도청이었다면 DJ 정부는 R2와 카스 같은 장비를 개발해 디지털 도청으로 ‘발전’시켰다.
YS는 DJ 때의 국가정보원이 자신과 박종웅 의원 간의 통화를 도청한 것을 두고 “DJ가 무도하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의 집권기에 저질러진 도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YS 정부 때의 도청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도 받지 않는다.
DJ는 수하였던 두 전직 국정원장이 도청 관련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사과는 물론이고 도청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인권 대통령’ 정부에서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개발하고도 “휴대전화는 도청되지 않으니 마음 놓고 통화하라”고 광고까지 하면서 국민을 속인 정부다.
도청 내용이 대통령에 대한 주례보고나 서면보고에 포함돼 두 전직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도청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도청 전모를 몰랐다고 해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YS와 DJ는 이제라도 직접 나서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