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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한 가족대신 노예생활 하라니…

입력 | 2005-12-10 02:55:00


“바니는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우리를 돕지 않고 버린다면 분실자살이라도 하겠다.”

파키스탄 펀자브 주의 술탄왈라 마을에 사는 아브다 칸(18) 씨와 사촌동생 암나, 사즈다 칸 씨 등 3명의 사촌 자매는 부당한 ‘바니(vani)’에 맞서 생존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바니는 가족 중 살인을 저지른 남자를 처벌하는 대신 그 남자 집안의 어린 여성을 피해자 집안에 강제로 시집보내는 파키스탄 부족 관습.

특히 바니는 가문 간 유혈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아직 이를 거부한 여성은 없었다. 바니에 희생당한 여성은 평생을 노예처럼 고통 속에 살게 된다.

이들 세 자매가 바니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브다 씨가 네 살 때인 1991년. 모하메드 이크발 칸 씨가 인근 마을에 사는 모하메드 아슬람 칸 씨의 조카를 살해한 뒤 도망친 것이 화근이 됐다. 마을 지도자들은 부족회의를 거쳐 이크발 씨의 딸과 그의 남동생 니이지 씨의 딸 4명을 피해자인 아슬람 집안에 시집보내기로 결정했다.

아브다 씨는 “긴 투쟁이 되겠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슬람법에 자살은 금지됐지만 바니도 살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신도 용서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슬람 집안은 세 자매의 바니를 계속 거부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는 올해 초 바니를 금지시켰으나 경찰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