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나라 안팎서 ‘황우석 회견 후폭풍’]외신 ‘비판과 안타까움’

입력 | 2005-11-26 03:02:00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가 24일 연구원의 난자 사용 사실을 부인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하자 서방 언론은 윤리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가 지장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황 교수의 업적을 상세히 보도하며 그의 연구 성과 자체까지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CNN방송은 “한 달 전만 해도 황 박사는 세계 최초의 개 복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이제 황 박사가 개집에 들어 있는 신세(but now Hwang finds himself in the dog house)”라고 전했다. ‘in the dog house’는 속어로 ‘면목을 잃었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영국 BBC방송은 “줄기세포에 관한 국제법은 없지만 과학계는 황 교수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면서도 영국 국립의학연구소 로빈 로벨배지 교수의 말을 인용해 “황 교수팀이 수행한 뛰어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국가적 보물로 추앙받던 황 교수의 추락은 세계 속에 현대적인 첨단산업 국가의 모습을 각인시키고 싶었던 한국에도 타격”이라면서 “황 교수가 국제 과학계에 거짓말을 한 것은 (황 교수의) 미국으로의 연구 확대 계획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황 교수의 과학적 성과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황 교수를 구하기 위해 한국에서 난자 기증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외환위기 당시의 금 모으기 운동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프랑스 르 몽드는 “6월 우리 신문의 질의에 황 교수는 ‘모든 기증자가 동의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제 보니 대부분의 기증자는 실제 자신의 난자가 어디에 쓰이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고 비판적인 뉘앙스를 담았다.

AFP통신은 줄기세포 연구에서의 한국의 입지가 이번 사태로 약화됐으나 결국 윤리적 파문을 이겨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AFP통신은 또 “이번의 고통스러운 폭로가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황 교수가 다른 부담에서 벗어나 개인 연구 활동에 몰두할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국내 학자의 견해도 전했다.

한편 지난해 황 교수의 윤리규정 위반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던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황 교수의 사퇴로 세계줄기세포허브 구상의 미래가 불확실하게 됐다”고 지적하며 “황 교수가 연구를 그만두지는 않겠다고 말했지만 과학계가 그를 받아들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네이처는 또 영국생명센터의 재생의학 전문가 콜린 머거킨 씨가 “우리는 한국의 줄기세포연구가 한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며 많은 훌륭한 연구가 한국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