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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엉터리 통계’로 만든 8·31 부동산대책

입력 | 2005-10-17 03:10:00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앞서 행정자치부가 7월 15일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고 발표했던 ‘전국 토지 소유 현황’ 자료는 한마디로 엉터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행자부는 ‘총인구의 상위 1%가 전국 사유지의 51.5%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는데 ‘갓난아기까지 포함해 인별(人別) 통계를 낸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지적이다.

이 통계 발표 직후 본보(7월 19일자 참조)는 ‘토지 소유는 가구별로 가장(家長) 등 한 사람의 명의로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통계를 가구별로 내지 않고 개인별로 낸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학계 일각에서도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앞둔 여론몰이 성격이 짙어 보인다’며 정부의 불순한 의도를 비판했다.

청와대는 주택이나 토지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눠 빈부 격차에 따른 박탈감을 부채질할 때 ‘상황 그대로의 결과’라면서 이 통계를 활용했다. ‘편 가르기’를 즐기는 현 정권으로선 감성 호소형 부동산 대책에 유용한 통계였을 것이다.

잘못된 통계를 근거로 8·31 대책을 만들었다면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 통계를 중시(重視)했다. 국정홍보처가 세금으로 제작해 배포한 8·31 대책 홍보 책자는 부동산 투기를 비난하면서 ‘상위 1.3%의 국민이 65%의 토지 소유’라는 잘못된 통계를 앞세웠다. 누가 어떻게 만든 통계인지 아무 설명도 없다. “진짜 세금 폭탄은 땅부자들에게 안겨졌다”는 정부 표현대로 토지 쪽에 훨씬 강력한 대책이 나온 것도 이 통계 때문일 수 있다.

왜곡된 통계가 낳을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은 7월 21일 통계법 위반이라며 행자부에 ‘주의’만 주었다. 결국 이 통계는 계속 살아남아 오류를 확대 재생산했다. 감사원은 이제라도 엉터리 통계가 8·31 대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대책반원들을 자극해 ‘부자들을 겨냥한 초정밀 유도탄’을 쏘아 대게 한 또 다른 엉터리 통계는 없었는지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의도적으로 국민을 속이려 했는지 여부도 밝혀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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