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11일로 3주간의 일정을 마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번 국감은 ‘정책 국감’의 모범을 보였다고 입을 모은다.
열린우리당은 정권 차원의 ‘게이트’가 일절 없었고,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논란을 이슈로 끌어냈다며 만족해하는 눈치다. 한나라당도 인터넷 민원서류의 위조 및 변조 가능성을 제기하고 중국산 김치의 납 함유 위험성을 알리는 등 ‘민생 국감’을 선도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그 외에 특별히 눈에 띄는 정책 비판이나 대안 제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의원들이 국감 기간에 하루에도 수천 쪽에 이르는 보도자료와 정책자료집을 쏟아낸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비효율성’이란 단어가 떠오를 정도다.
의원들의 피상적 지적과 피감기관의 형식적 답변이 이제는 ‘관행’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예를 들어 건설교통위원회의 경우 산하 공기업들이 수많은 자회사를 만들어 퇴직자들에게 일자리를 봐주고, 막대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상여금 잔치를 벌이고, 일부 수익사업에 잘못 뛰어들어 수백억 원을 날렸다는 내용들이 수년 째 ‘리메이크’됐다.
대책이라고 해 봐야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말이 고작이다. 이런 게 흔하게 벌어지고, 반복되다 보니 언론 매체도 그다지 심각하게 취급하지 않는 악순환까지 벌어지는 형편이다.
국감의 주도권이 피감기관으로 넘어가고 의원들은 오히려 주눅 드는 듯했다. 지난달 23일 문화관광위원회에선 문화관광부가 산하기관 국책연구비 현황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해 야당 의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또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등 일부 피감기관장은 ‘위압적인 말투’로 의원들을 몰아붙여 논란을 불렀다.
이러다 보니 이미 감사원이 감사했거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일부 수치 정도만 업데이트 해 질의하는 등 ‘안전하게’ 감사에 임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한 야당 의원은 “기관별 국감에서 20분 정도 문답하는 게 고작인데 기관장의 반론 듣고 어쩌고 하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5분이나 제대로 할까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왕 하는 국감이라면 좀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여야는 내년 국감에 대비해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조인직 정치부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