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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고용촉진공단 박은수 “장애인도 세금내고 싶습니다”

입력 | 2005-09-16 03:02:00

15일 제22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주최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박은수 이사장. 권주훈 기자


“장애인기능대회요? 지금까지 장식품이었죠. 한국도 장애인 취업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국제사회에 보이려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나가서 금메달을 아무리 많이 따면 뭐합니까. 취업이 안 되는데.”

15일 제22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2체육관에서 만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박은수(朴殷秀) 이사장은 “장애인 고용은 생존권 보장 차원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 역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중증장애인.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법관 임용에 탈락했다가 여론의 힘으로 다시 임용된 아픈 추억이 있다.

지난해 6월 장애인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3개월 후 21회 장애인기능대회를 치러보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 없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습니다. 올해는 대회 시작 전부터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입상자를 채용해 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연예인 공연을 마련하고 대회 개회식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치렀죠.”

박 이사장은 해외처럼 장애인연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이들의 고용에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도 일을 해서 납세자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장애인연금을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도덕적인 요구 아닙니까.”

박 이사장의 노력은 일부 결실을 보았다. 자동차금형회사인 재영솔루텍 등 일부 중견업체에서 이번 대회 입상자를 모두 채용하기로 약속한 것. 앞서 6월에는 삼성전자 등 37개 대기업과 장애인 고용률을 높인다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사회적 책임’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는 만큼 대기업이 좀 더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