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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홍수용]‘외국大 분교’ 장관 따로 실무자 따로

입력 | 2005-09-10 03:00:00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형식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궁금한 일이 있으면 국장보다 실무를 맡은 사무관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부총리가 업무를 빨리, 정확히 파악하려는 것은 장점이지만 부서장과 실무진은 “너무 사소한 것까지 챙기려 한다”며 불편해 하기도 한다.

이 때문일까. 부총리가 한 말을 재경부 실무부서가 부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한 부총리는 7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외국 대학 분교를 유치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본보가 이 내용을 보도하자 재경부는 9일 해명자료를 내 “포기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대학 유치는 일반대가 아닌 물류, 관광 등 특수대 위주로 추진한 만큼 ‘포기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재경부의 주장이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외국 종합대 유치를 추진한 적이 없으므로 포기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부총리가 기자에게 한 말을 곰곰이 살펴보면 재경부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 부총리는 “한국 정부가 수천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학생까지 모으면 그때서야 교수진을 보내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게 외국 대학들의 생각”이라며 “이런 식으로는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자유구역뿐 아니라 국내 어느 곳에서도 외국 대학을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한 부총리의 발언은 정부가 이미 외국 종합대와 접촉해 투자의사를 타진했으며, 외국 대학 유치 포기라는 방침이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반대가 아닌 특수대 유치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재경부의 설명은 맞다. 한 부총리도 그렇게 말했고 본보도 그대로 보도했다.

문제는 부총리의 발언을 가볍게 여기는 실무 부서의 태도다. 주요 정책에 대한 부총리의 발언을 실무자들이 반박하는 행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언제부터 정부 부처가 ‘장관 따로, 실무자 따로’ 움직였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조직에 부총리의 영(令)이 제대로 먹혀들겠는가.

홍수용 경제부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