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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독교 지도자 “차베스 암살해야” 발언 파문

입력 | 2005-08-25 03:09:00


보수적 기독교 지도자 역할을 해오다가 이따금 극단적 주장을 펴 물의를 빚어온 팻 로버트슨(75) 전도사가 또다시 설화(舌禍)를 자초했다.

로버트슨 전도사는 23일 자신이 경영하는 TV방송인 CBN의 ‘700 클럽’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하면서 대표적인 반미 지도자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암살할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방송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에 ‘가공할 위험’으로 우리는 그를 제거할 능력이 있으며 그런 능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며 “(사담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 1명을 제거하기 위해 2000억 달러가 드는 (이라크)전쟁을 더 벌일 수는 없지 않으냐. 비밀 요원들이 그런 일을 하도록 하는 게 훨씬 쉽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의 하루 평균 시청자가 100만 명에 이르고, 로버트슨 전도사가 ‘기독교연합’이란 정치성 강한 기독교단체의 창시자란 점에서 파문은 컸다.

우선 평소 “미국이 나를 제거하려 한다”고 주장해 온 차베스 정부가 발끈했다. 호세 비센테 랑헬 부통령은 “언필칭 테러와의 전쟁을 하는 나라에서 테러분자 같은 발언이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진보적 기독교단은 “생명존중을 가르치는 성경의 가르침과 다르다”고 그를 비판했다. 동료 복음주의자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롭 셴크 목사는 “당장 사과하고 발언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이례적으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까지 나서서 “국방부는 절대 그런 일(외국 정치지도자 암살)을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논평을 냈다.

암살주문이란 극단적 발언이 나온 것은 최근 악화된 양국관계를 반영한다.

좌파정부를 이끌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미스터 위험인물 1호’라고 부를 정도로 반미감정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으며 지지율 70%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대로 2002년 4월 베네수엘라 쿠데타로 차베스 정권이 일시 전복될 당시 쿠데타 세력을 물밑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6·25전쟁 때 해병대원으로 참전했고, 1988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로버트슨 전도사는 올 2월 “한국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받는 나라이며, 북한 주민의 탈북을 부추겨 북한 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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