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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아메리칸드림은 더이상 없다

입력 | 2005-05-16 00:36:00



《“누구나 노력만 하면 잘살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옛말?”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빈부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계층 간 이동도 유럽이나 캐나다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월스트리트저널(13일자)과 뉴욕타임스(15일자)가 각각 특집 기사를 통해 미국의 빈부 격차, 빈곤의 세습 등 ‘아메리카의 오늘’을 정면으로 다뤘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는 각각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도전’, ‘미국에서의 계급’이라는 제목으로 시리즈를 연재할 계획이다.》

▽도전받는 아메리칸 드림=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가난한 양초 제작업자의 15번째 아이로 태어났지만 자수성가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도 트럭운전사 출신의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 등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인물들이 많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소득 측면에서 부모 세대의 우위가 자식 세대에까지 이어질 확률이 45∼60%에 이른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고조할아버지의 부가 후대로 이어지는 확률도 높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이 미국에서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1963∼68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1995∼98년 소득을 조사한 결과 부모의 소득이 하위 25%에 속했던 사람들의 소득이 상위 50%에 들 확률은 32%인 반면 하위 50%에 들어갈 확률은 68%였다. 반대로 부모 소득이 상위 25%에 속했던 사람들이 소득 상위 50%에 들 확률은 65%에 달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상위 1% 소득 계층의 실질소득(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것)은 1979년부터 2001년 사이에 139% 증가하면서 연간 평균 70만 달러를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중간 계층의 실질소득은 17% 증가에 그쳤다. 평균 4만3700달러였다. 하위 20% 계층의 소득증가율은 9%에 불과했다.

▽계층이동(Social Mobility)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두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계층 간 이동성에서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캐나다에 비해서도 훨씬 떨어진다. 부모의 계층이 자식들에게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계급(Class)’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두 신문은 계층 간 이동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로 대학 교육이 과거에 비해 훨씬 중요해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대학을 나온 배우자를 만나 자식의 교육에 집중 투자하면 자녀도 좋은 대학을 다닐 가능성이 높아 계급이 유전자처럼 유전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유명 대학 입학생에서 중산층 이상 출신의 자녀가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화도 빈부 격차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화에 따라 육체 노동은 임금이 싼 저개발국가로 얼마든지 옮아갈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그만큼 ‘교육의 소득 결정력’이 커진다.

흥미로운 것은 고소득 계층의 근무 강도가 훨씬 세졌다는 점. 1973년까지만 해도 상위 10% 계층은 하위 10% 계층보다 훨씬 적게 일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소득 계층의 근무 시간이 하위 소득 계층보다 길고 근무 강도도 훨씬 높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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