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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청와대 지하실서 차지철 손에 죽었다?

입력 | 2005-03-11 18:31:00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실에 끌려 온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배신자’라고 부르며 총을 겨눠 사살하려고 했다. 김형욱은 ‘나는 당신을 배신했을지언정 국민을 배신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노 했다. 옆에 있던 차지철 경호실장이 ‘각하, 손을 더럽히지 마십시오. 제가 해치우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박 전대통령의 손에서 총을 낚아채 김형욱을 사살했다.”

김형욱 회고록의 저자인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이 민주화 동지를 통해 들었다며 11일 KBS 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밝힌 김형욱 ‘국내 피살 설’의 핵심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김 전 부장의 맏며느리가 최근 “시아버지는 파리가 아닌 서울에서 피살됐다”라고 주장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김 전 의원은 “김형욱 전 부장이 한국에 끌려와서 처형되었다는 얘기를 민주화 동지인 송진섭 안산시장에게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송 시장이 서대문 형무소에 구속되어 있을 당시 함께 수감되어 있던 박선호 전 중정 의전과장(영화 ‘그때 그사람들’ 중 한석규가 연기했던 인물)을 통해서 그 얘기를 듣고 내게 전해 주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청와대 피살 설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너무 적다는 판단 아래 파리에서 살해됐다는 데 무게를 두고 정보를 열심히 추적했고 많은 근거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국내 피살설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로 “김 전 부장을 산 채로 서울까지 끌고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그만큼 잔인했을까 하는데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국제적인 범죄조직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력 정치인이 김 전 부장 실종 사건이 난 뒤 얼마 되지 않은 10월 25일 박 전 대통령을 만나 40분 간 면담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해 청와대의 사주를 받은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해외에서 김 전 부장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은 고인이 됐다는 유력 정치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한편 미국 뉴저지주에 살고 있는 김형욱 전 부장의 맏며느리 김경옥 씨는 10일 “아버님이 한국으로 납치돼 피살됐다는 얘기를 남편에게서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숨진 남편은 실종 사건 당시 파리대사관 공사였던 이 모씨가 모든 일은 다 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의원은 “당시 현장에 있던 중앙정보부 파견공사 이상렬씨와 그를 조사했던 당시 안기부 총무국장이었던 이종찬 전 국정원장의 증언이 ‘김형욱 미스테리’를 규명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