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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도시 로타리클럽 회원 자선기금 위해 ‘누드달력’내

입력 | 2004-11-26 19:02:00

미국 뉴욕주의 한적한 소도시 바타비아 로타리클럽 회원들이 기금모금을 위해 누드모델로 등장한 2005년 달력. 은행가 길버트 멀케이(왼쪽), 평생교육 전문가 레이 차야가 초로의 몸매를 선보였다.


누드 열풍이 미국 시골마을까지 확산된 것일까. 미 뉴욕주 북서쪽의 버펄로에서 동쪽으로 56km 떨어진 인구 1만6000명의 소도시 바타비아에서 점잖은 중년신사 13명이 누드모델로 나섰다.

은행가인 길버트 멀케이(57)는 신문으로 나체를 겨우 가리고 해먹에 올라앉아 있고, 신발가게 주인 데니스 드와이어(42)는 나체로 커다란 신발을 들고 서있는 사진을 찍었다. 평생교육 전문가인 레이 차야(57)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초로의 몸매를 다 보여준다.

이곳 로타리클럽 회원들인 이들이 찍은 누드사진은 내년 달력으로 인쇄돼 뿌려지고 있다. 한 부에 20달러. 모델들의 사인이 들어있는 달력은 40달러에 팔린다. 한 달 사이에 1000부가 거의 다 팔릴 정도로 인기다.

이들의 누드는 지역 병원에 약속한 기금 마련을 위한 고육책이다.

5년 동안 매년 5만달러씩 25만달러를 모금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의 관심을 끌 방안을 찾던 중 여성회원인 로살리 매기어가 “기금모금을 위해 소방대원들도 벗었더라”면서 남성누드를 제안했다.

회장 짐 아이작은 “점잖은 로타리 체면에…”라고 걱정부터 했다. 국제로타리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멋진 방안’이라는 대답을 듣고는 자신도 벗기로 하고 참여자를 모집했다. 일부는 “남 돕는 일이라면 웃음거리가 돼도 좋다”며 나섰고, 일부는 “아내가 하지 말라고 한다”며 몸을 사렸다.

이 누드달력에는 ‘몸짱’ 모델 대신 대머리, 문신이 있는 팔뚝, 털북숭이 다리를 드러낸 중년과 초로의 신사들의 약간은 불안한 표정이 들어있다. “반바지 차림으로 3시간 연습하고 5분간은 옷을 다 벗고 찍는데 숨을 쉴 수도 없었고 발가락이 바르르 떨리더라”는 한 모델의 말 그대로다.

동네 유명인사가 된 이들에게 “품위 없는 짓”이라는 항의전화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신문은 “그들은 자선활동을 위해 스스로 놀림감이 될 권리가 있으며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며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