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히 파투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장은 14일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 이후의 차기 자치정부 수반을 뽑는 선거가 내년 1월 9일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새로운 ‘포스트 아라파트 중동평화 정책’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핵심은 이스라엘과 나란히 공존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과 민주주의 정착.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2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재임 4년간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새 중동평화 구상=미영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국제적인 팔레스타인 지원 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즘 척결과 민주주의 개혁을 추진할 결의가 있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 함께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력 있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어떤 것이냐에 대한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민주국가라는 데 부시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블레어 총리가 ‘중동평화 국제회의’와 미국의 ‘중동특사 임명’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관리들이 외교적 임무를 띤 특사 지명을 꺼려온 관례를 벗어나 열린 마음을 갖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이 중동평화 과정을 감시할 특사를 지명해야 한다는 블레어 총리의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중동특사 임명과는 별도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중동 순방을 고려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 국무부 관리들은 22, 23일 이집트의 샤름알셰이흐에서 열릴 이라크 지원회의 때 미국 유럽연합(EU) 유엔 러시아가 참가하는 ‘중동평화 4자회담’이 별도로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총리는 13일 이스라엘측에 조속한 평화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아라파트 수반이 사망한 지금은 매우 심각한 시기”라며 “한편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수반 선거가 완료되는 시점에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이 재개되기를 기대하는 제안이다.
▼내년 1월9일에 차기 수반 뽑는 선거▼
▽민주적 수반 선거가 관건=쿠레이 총리는 1월 9일 선거를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팔레스타인은 아라파트 전 수반이 당선된 1996년 수반 선거 이후 단 한번도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도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민주적 수반 선거의 최대 변수는 급진 무장세력인 하마스의 선거 참여 여부. 팔레스타인 주민의 총의를 모으고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수반 선거에 하마스의 자유로운 참여도 허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집권당인 파타운동 지도부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을 수반선거 후보자로 공식 지명하는 등 각 정파들의 선거 준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