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이 31일 낮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오찬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박주일기자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31일 “외국인이 각종 펀드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상 ‘외국인 1인’의 개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최태원(崔泰源) SK 회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예외 인정 요건 강화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외국인 1인’의 개념을 보완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외국인 1인’을 외국인 투자기업의 해외 모(母)기업과 그 모기업과 출자관계에 있는 기업만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1인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해당 외국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외국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 및 이들의 임원 등 특수관계인까지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투기성 펀드가 여럿으로 나뉘어 실체를 숨긴 채 국내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기가 어려워진다.
최 회장은 이날 “외국인 1인에 특수관계인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소버린이 SK㈜ 지분을 특수관계에 있는 다른 외국계 펀드에 분산할 경우 SK 계열사들이 SK㈜ 지분 일부에 대해 출자총액제한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제도 보완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여 공정거래법을 손질하기로 한 것.
이날 만남에서 최 회장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으며 SK그룹의 지주회사 가능성은 시간이 걸리지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강 위원장이 전했다.
강 위원장은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과 최 회장에 이어 3일에는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출자총액제한 제도 : 자산이 5조원이 넘는 그룹(현재 18개)의 계열사들은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 공정위가 마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단일 외국인주주의 지분이 10%를 넘는 기업에 대한 출자는 출자총액제한의 예외를 인정받도록 돼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