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전문가들이 서류가방이나 골프백 속에 소형 방사능 탐지장비를 넣고 다니며 뉴욕 워싱턴 등 10개 대도시 거리에서 방사능 물질을 퍼뜨릴 수 있는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찾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치는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군중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더러운 폭탄’을 터뜨릴 것이라는 첩보에 따른 것이다.
미 에너지부 핵사고대응팀(NIRT) 요원들은 지난해 12월 21일 테러 경계태세가 오렌지로 격상된 직후부터 인파가 많이 몰리는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뉴욕 워싱턴 볼티모어 등지의 길거리를 다니며 방사능을 탐지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8일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도 같은 시점에 이들 5개 도시와 시카고 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 경찰에 방사능 탐지장비를 지급했다. 이에 따라 현재 방사능 탐지활동이 벌어지는 미국의 대도시는 최소 10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핵전문가들은 새해 1월 1일 전야에 100만명이 운집한 뉴욕 맨해튼과 새해 첫날 로즈볼(대학 미식축구 선수권전) 거리행진이 벌어진 로스앤젤레스 거리 등 인파가 크게 몰리는 곳을 집중 조사했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불특정 폭탄을 찾기 위해 주요 도시에 핵전문가들을 내보낸 것은 새로운 임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이와 함께 수백명의 핵무기 및 생물학무기 전문가들을 즉각 사고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미국 전역의 군사기지에서 고도의 경계상태로 대기시켰으며, 생물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다량의 의약품을 트럭에 실은 채 군기지에 배치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미국 핵규제위원회(NRC)는 소량의 방사능 물질을 분실했다는 신고가 한해 평균 300건 접수되고 있지만 누군가 이 물질을 체계적으로 모아 더러운 폭탄을 만드는 데 사용하려 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더러운 폭탄(dirty bomb)▼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대신 의료용이나 연구용의 저준위 동위원소를 사용해 방사능 물질을 퍼뜨리는 폭탄. 사상자를 적게 내지만 특정지역에 공황상태를 불러올 수 있다. 테러분자들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