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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의 농구 에세이]코리아텐더 “러브 미 텐더”

입력 | 2003-10-27 18:04:00


“올 시즌 좋은 성적만 내면 숙소가 달린 전용체육관을 지어주겠다. 원주 원정경기 때 선수들이 모텔에서 자던데 더 좋은 데로 옮겨야 되지 않겠나.”

신생 전자랜드 홍봉철 구단주가 유재학 감독에게 건넨 공약이다. 지난 일요일 부천에서전자랜드와 코리아텐더 경기가 있었다. 전날 개막전에서 패한 두 팀이라 누가 첫 승을 올리느냐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새 주인을 맞은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대결 또한 관심이었다. 경기결과는 전반전 한때 16점 이상 앞서던 코리아텐더의 14점차 역전패.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운동하게 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때깔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 코리아텐더 선수들의 모습은 어딘가 허기져 보였고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두 팀은 그동안 인수기업을 찾느라 무척 애를 썼다. 전자랜드는 창단과정에서 SK 빅스와 코리아텐더 두 팀을 놓고 저울질을 했고 결국 SK 빅스를 인수했다. 코리아텐더로서는 퍽 아쉬운 순간이었다. 지금도 빚을 내가며 농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팀을 꾸려가는 코리아텐더 이형석 대표. 악수를 나누며 필자에게 건넨 그의 첫마디는 “도와주십시오. 빨리 팔려야 되는데 큰일 났습니다”였다.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은행으로부터 15억을 대출받았지만 내년 1월이면 바닥이 난다. 현재 부채 총액은 약 30억원. 선수 숙소는 동래온천 부근의 한 모텔로 방 하나에 몇 천원에 지내고 있단다. 그러니 환경이 오죽하겠냐마는 선수들은 작년보다 더 좋단다. 여럿이 비좁은 아파트에 살 때보다 화장실 쓰기가 편해서라니, 눈물겨운 이야기다.

70년대 초 우리 축구대표팀이 전반전에 이기다 후반전에 역전당하면 해설가는 예외 없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선수들이 어릴 때 잘 먹지 못해서 체력이 달리는군요.” 혹 이긴 경우엔 “정신력의 승리입니다.”

지난 시즌 코리아텐더에도 비슷한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아직도 선수들의 눈은 살아 있지만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이제는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서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워줘야 할 때다.

“30억만 있으면 바로 인수됩니다.” 정치판에선 100억, 200억이 아무것도 아니건만….

방송인 hansunkyo@korea.com